- 가자지구 전쟁 종식 가능성…하마스 동의 여부가 관문
- 美, 평화구상 거절할 경우 하마스 완전 제거 공격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으로 촉발된 후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하마스의 동의 여부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평화구상을 언급한 뒤 "이 계획에 동의해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수락하면 내 제안은 모든 인질들을 즉시 석방하되 7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인질들은 돌아올 것이며, 이는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하마스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듣고 있다"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마스가 이 합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항상 있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남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이는 이를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하마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타냐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하마스가 자신의 평화구상을 거절할 경우 하마스 완전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평화구상과 관련, "이 제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원을 보내준 아랍 및 무슬림 국가들과 유럽의 많은 동맹국들에 감사하다"며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계획이 "모든 인질의 귀환, 하마스의 군사능력·정치지배 해체, 가자의 재위협 방지라는 우리의 전쟁 목표를 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위반할 경우 이스라엘은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에는 △즉각적 휴전 △상호 인질·수감자 교환 △하마스 무장 해제 및 군사 인프라 해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제외한 과도 민간정부 수립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국제적 재건·감독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성사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 가능성도 언급하며, 중동 국가 관계 정상화의 재가동을 시사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국제 과도기구 참여자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요르단, UAE,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외교부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환영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카타르 외교부 엑스(X)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요르단, UAE,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외교부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환영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카타르 외교부 엑스(X)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집트·요르단·튀르키예·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8개국은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이 해당 국가들에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설명한 사실도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마흐무드 아바스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유엔 및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의 안보와 통치를 맡을 준비가 돼 있는 반면 하마스는 무장 해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마스 연계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는 해당 제안을 “지역을 폭파시키는 처방”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반대했다. 하마스도 공식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정식 직함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하마스 고위 당국자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아직 문서를 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관계자들이 선의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계획을 검토한 뒤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도 카타르와 이집트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하마스 협상팀에 전달했으며, 하마스는 20개 원칙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은 이스라엘이 극단주의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하마스가 평화의 장애물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압력을 완화하고, 자신들이 통제하는 일부 지역에 대한 지원과 재건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가자지구에 자원을 집중하고 점령 지역의 안보를 아랍군이나 건설업체에 맡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아바스가 지난 2024년 9월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P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아바스가 지난 2024년 9월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P

전문가들은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이 ‘뉴 가자(New Gaza)’라는 재건·통치 청사진을 담고 있지만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를 맞교환하는 구조가 실행되려면 강력한 감시·검증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태웅 기자 abarahm.yeon@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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