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군사화된 경제적 자급자족 국가 추진 선언
- 유럽연합, 무역 제재와 무기 금수…야당도 반대 목소리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군 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보이콧에 직면하면서 군사화된 경제적 자급자족 국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른 나라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 방위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이른바 '중동의 슈퍼 스파르타' 비전에 따른 것이다. 중동의 슈퍼 스파르타 비전은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개시하기 몇 시간 전 네타냐후 총리가 밝힌 국가 계획이다.
스파르타는 강한 국방력과 폐쇄적인 경제 체제였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다. 네타냐후 총리가 내놓은 중동의 슈퍼 스파르타 비전은 이스라엘이 외교적 고립 상황에 처할 것에 대비해 더욱 군사화된 국가, 부분적 자급자족 국가가 돼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5일 재무부 연설에서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산업 생산에서도 스스로에게 더 의존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무기와 기타 방위 제품의 자주 생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 제재를 검토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제안했는데,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수출 감소액은 58억 유로(약 68억7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EU는 이스라엘에게 있어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무역 규모가 426억 유로에 달한다. FTA가 중단될 경우 이스라엘은 FTA 비체결 국가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아 연간 2억2700만 유로 수준의 추가 관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5400억 달러 수준의 이스라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해당한다.
다만 이 제안은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무엇보다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독일 정부 대변인은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독일 정부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과의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두길 원한다고 밝혔다.
EU는 무역 제재 뿐만 아니라 금수 조치라는 카드 역시 제시한 상태다. 실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부분적 또는 전면적인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달 들어 이스라엘행 무기 기항과 영공 통과 금지 등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 이 같은 고립 시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가자시티 공격에 대한 미국의 동의나 지지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중동의 슈퍼 스파르타가 되자는 네타냐후 총리의 말은 지난 15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예루살렘을 방문한 직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친이스라엘 계파가 물밑에서 이스라엘의 자주 국방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네타냐후 총리는 방위산업의 자립적 발전이 안보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부 국가들의 군수품 수출 중단 시도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유럽 정부들은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지만 내부 정치적 압력, 즉 특정 집단의 영향 때문에 무기 조달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스스로 개발·무장·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필요시 일시적으로 중앙집권적·폐쇄적 경제 조치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평소에는 개방 시장을 선호한다”면서도 “이번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면 강력하고 독립적인 방위산업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저비용·고출력 레이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아이언 빔’의 시험 성공과 연내 배치 계획을 공개한 것도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17일 이스라엘에서 자체 개발한 아이언 빔을 공개했다.
아이언 빔은 10년 넘게 개발돼 온 체계로 2014년 이후 연구와 시험이 계속돼 왔다. 저출력 단거리형은 이미 현장에 투입된 전력이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새로 부활한 946 방공대대가 운용하는 저출력 단거리형은 드론 방어에 활용돼 지난해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발 헤즈볼라 드론 약 35대를 격추한 바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중동의 슈퍼 스파르타 비전이 순항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의 제1야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고립은 숙명이 아니라 네타냐후의 결함 많고 실패한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고립의 책임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돌린 것이다.
이스라엘 증시의 주요 지수도 하락하면서 경제계의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테크협회는 “하이테크 산업은 국제시장과 투자자의 신뢰에 의존한다”며 “네타냐후의 비전은 오렌지를 팔던 때로 돌아가자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스라엘 상공회의소는 “현대 경제와 맞지 않는 위험한 중세적 악몽”이라고 꼬집었다. 반대여론을 딛고 네타냐후의 자립방산 비전이 어떻게 현실화 될지 아이언 빔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 연태웅기자 abraham.yeon@sandtimes.co.kr
- 세계 2위 미사일 밀집도 자랑하는 臺, '대만판 골든 돔'도 구축
-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부 노려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도 공습
- 이스라엘, 韓과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체계 공동개발 의향
- [인터뷰]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우리의 생존 맡겨선 안 돼" ... 자체 핵무장 갖춰야
- "北, 핵폭발 기폭제 등 고도의 핵 기술 이란에 제공 가능성"
- 이란 핵시설 공습한 美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계속 전념"
- 북핵 시대, 이스라엘-이란의 위기는 한반도에 경고한다!
- 한화, L-SAM-II 유도탄 개발 수주…"K-방공망 수출"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초읽기…이란, 최신 기뢰 다수 보유
- 北,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규탄…"비인도적 범죄"
- 트럼프, 이란 공격 계획 승인…'최종 명령'은 보류
- 美,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 무너뜨리나…전쟁 개입 저울질
- 아이언돔 뚫은 이란式 ‘섞어쏘기’… 北이 즐겨쓰는 전술
- 美,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지원하나…트럼프, NSC 준비
- 트럼프 "이스라엘과 이란 합의 바라지만 때론 싸움도 필요"
- 이스라엘, 이란 핵 시설 공습…중동 '전면전' 위기
- 北, 2035년 ICBM 50발 보유 가능성…美 위협 가능 물량
- 이스라엘 공항에 후티 반군 발사 미사일 떨어져... 충격 받은 이스라엘
- 이란과 후티 반군 막으려…주한미군 패트리어트 중동 이전
- 美·이 ‘가자지구 평화구상’ 합의…인질 석방·무장 해제, 민간정부 수립
- 트럼프 대통령 "주말 가자 평화협상 성공적…첫단계 이번주 완료"
- 이스라엘 인질 20명 석방 시작…가자 내부에선 대규모 총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