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은 주머니 손... 日 외교관 고개 숙인 채 쩔쩔매는 영상 공개
- 中 네티즌 “일본이 또다시 굴복했다”...“이것이 진짜 힘의 외교"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일본 외무성 국장이 중국 외교부 국장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쩔쩔매는 영상이 확산되며 중·일 외교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 측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굳은 표정으로 일본 측을 내려다보는 모습까지 담은 장면을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하면서 ‘의도적 굴욕 외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 속 인물은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 자리에서 류 국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딱딱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갔고, 가나이 국장은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 채 사과하듯 서 있는 모습이 20초짜리 영상으로 담겼다. 이 영상은 중국 관영 CCTV 계열 SNS 계정 ‘위위안탄톈(위안 위안 톈톈)’에 의해 초기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본이 또다시 굴복했다”, “이것이 진짜 힘의 외교”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리창 중국 총리를 배웅할 때 보였던 ‘주머니 손·무표정 인사’를 중국이 모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 후 평양을 떠나는 리창 총리에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장면이 재조명됐다. 리창 총리는 차렷 자세로 김 위원장 앞에 서 있었고, 작별 인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리창 총리를 보지도 않은 채 한 손만 건성으로 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돼 ‘홀대 외교’ 논란이 불붙은 바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대국의 총리가 북한에서 치욕을 당했다”, “김정은이 리창을 고의적으로 무시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일본 외교관 영상도 이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온라인에서 확산 중이다.
이날 회의 직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류 국장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일본 측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마오 대변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전후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며 “성격과 영향은 극히 악질적이며 중국 국민의 공분을 샀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잘못된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대중 문제에서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실제 행동으로 중·일 관계의 기반을 지킬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외교부는 이날 오후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다만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은 정례 국장급 협의이며 지난 회의는 도쿄에서 열렸기에 이번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굴복해 먼저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 역시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취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중국의 일방적 발표는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큰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는 점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시진핑-다카이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관계’가 재확인됐다는 사실도 언급하며 중국이 이를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이날 “가나이 국장이 중국 외교관이 ‘목을 베겠다’는 표현을 사용한 문제를 항의하고, 관련 인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이 중국을 향해 외교관 추방 등 자국 내 조치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가는 이번 영상 공개를 두고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도 ‘시각적 압박’과 ‘이미지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김정은식 ‘주머니 손 외교’가 미묘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장신영 기자 js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