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新페르시아 전략 좌초로 중동 반미 연대 붕괴
- 北, 불안정한 파트너 버리고 생존 전략 바꿔가는 형국

시아의 초승달./서울경제
시아의 초승달./서울경제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으로 ‘시아의 초승달(Crescent of Shi’a)’로 불리던 중동 시아파의 지리·정치·군사적 연계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핵 개발의 좌초, 경제의 붕괴, 대리 세력의 와해라는 '3중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같은 일련의 몰락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북한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시아의 초승달로 불리던 중동의 ‘반미 저항 블록’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핵개발 강행과 고립체제의 리스크를 동시에 분석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의 중동 전략 핵심은 '지정학적 초승달'이었다. 자국에서 출발해 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까지 시아파의 '영향권 벨트'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패권을 완성하려는 ‘신(新)페르시아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정학적 초승달은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교전에서 지휘부와 병력의 큰 손실을 입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2024년 말 붕괴했다. 이라크는 반이란 정서 확산과 수니파 연합의 복귀로 친시아파 민병대의 정치력이 약화됐다.

가장 큰 타격은 맹주인 이란 자체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탈(脫) 핵합의 이후 제재에 시달려 왔고, 핵개발은 계속했지만 이번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공습으로 핵시설 상당 부분이 무력화됐다. 미국 국방정보국은 “이란의 핵개발 시계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됐다”고 평가했다. 완전 파괴는 아니지만 전략적 고비는 꺾인 셈이다.

북한은 중동 반미 연대의 붕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대북 외교 소식통은 “이란은 일정 수준의 핵개발 능력을 확보하고도 미국과 서방을 자극하며 오랫동안 제재를 버텨왔다. 그러나 그 끝은 외교적 고립, 내부 와해, 전방위 공습이라는 형태로 귀결됐다”며 “북한은 이란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핵무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완전한 핵보유국’임을 명시하며 미국과의 핵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이란과 달리 핵포기에 따른 체제 붕괴 가능성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북한과 이란은 핵물질, 고폭탄, 탄도미사일 엔진 등 민감 기술을 비공식적으로 공유해 온 관계였다. 이란의 실험실은 북한 무기기술의 ‘현장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고, 반대로 북한은 중동 내 교전을 통해 성능을 확인하며 피드백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협력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이란이 내부 혼란에 휩싸이면서 기술 교환 여력이 사라졌고, 국제 감시망 강화로 인해 은밀한 거래가 어려워졌다. 북한은 이에 따라 러시아 및 아프리카 내 후진국들과 새로운 무기수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란은 이제 북한 입장에서 불안정한 파트너이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결을 통해 무기수출과 국제적 뒷배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분석했다.

시아파 세력의 붕괴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제2의 반서방 블록’ 재편에 나섰다. 최근 북러 간 새 조약은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평가되며, 중국 또한 ‘암묵적 우군’ 역할을 수행 중이다.

북한은 중동의 붕괴된 초승달처럼 ‘지정학적 고립의 파열’을 막기 위해 오히려 더 단단한 독재 블록을 형성하려 한다.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은 접어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에 무기공급과 병력을 제공하면서 생존 전략을 바꿔가는 형국이다.

2025년 현재 중동의 시아파 초승달 지대는 더 이상 연결된 고리가 아니다. 이란은 전력난, 경제난, 정치 혼란, 외교 고립이라는 사방의 벽에 둘러싸여 있고, 레바논·시리아·이라크는 각각의 방식으로 이란의 영향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 중동의 초승달이 무너지는 모습을 하나의 ‘실시간 붕괴 실험’처럼 지켜보고 있다. 협상 없는 독자 노선이 과연 안전한지, 국제질서에서의 장기적 고립이 체제 유지에 유리한지 시아의 초승달이 던진 이 질문에 북한도 언젠가는 대답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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