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주 관할로 편입된 위화도, 통행 제한에 의주 주민들 반발
- 위화도에 고층 건물과 상업센터 들어서고 대규모 온실농장

압록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위화도(威化島). 고려 말 이성계가 회군을 결심했던 역사적 장소로 알려진 이 땅이, 최근 북한 내부의 ‘행정구역 분할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북한 당국이 위화도를 평안북도 의주군에서 신의주시 관할로 넘기면서 섬을 둘러싼 통행 제한과 상업 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의주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흔들리고 행정권력 간 이권 다툼이 불거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원래 위화도는 평안북도 의주군 소속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 당국이 신의주시 서우리 관할로 편입시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의주는 중국 단둥과 마주한 북한 최대 국경도시이자 중앙당의 관심이 집중된 전략적 요충지다.
작년 여름 큰 수해로 피해를 입은 위화도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찰에 나서며 대규모 복구 사업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고층 아파트 수십 동이 들어서고, 야간 조명으로 섬 전체가 환하게 빛나는 모습이 단둥에서도 포착됐다. 위화도엔 김정은 위원장 주도로 축구장 625개 크기(450정보)의 초대형 온실농장도 들어서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당국이 위화도를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국경 도시의 상징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의 그늘은 깊었다. 신의주 당국은 행정권이 넘어간 뒤 의주 주민들의 위화도 출입을 차단하고 신의주 주민만 상업 목적으로 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로써 기존 위화도의 시장권과 상업 이권은 사실상 신의주 간부들과 상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신의주 간부들과 돈주들이 위화도 시장권을 차지하면서 의주 사람들은 이제 배를 타고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며 "행정개편이 주민 편의가 아니라 지역 권력층의 이권 확보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위화도는 의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그간 의주 주민들이 소규모 장사나 비공식 교역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다. 그러나 통행이 막히자 생계 기반이 무너졌다.
소식통은 “위화도에 드나들며 장사하던 의주 사람들이 이제는 밥줄이 끊겼다”며 “같은 인민끼리 ‘너네 땅, 우리 땅’을 나누는 게 어이없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 중앙-지방 간의 이권을 둘러싼 '권한 경쟁’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며 “행정 경계가 곧 이권의 경계로 변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압록강 한복판의 이 작은 섬이 비추는 빛과 그림자는, 북한 사회가 안고 있는 ‘권력 중심의 발전’과 ‘민생 소외’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장신영 기자 js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