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하마스, 이란… 김정은의 ‘폭력의 길’ 전 세계 확산
- 하마스,이란 타격 입어 ... 北의 우군들 실전에선 허약함 드러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이란 간 무력 충돌로 지구촌 곳곳이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의 현장 배후에는 어김없이 북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외치며 선택한 노선은 결국 전 세계 분쟁의 불씨를 키우는 위험한 ‘폭력의 길’로 귀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거듭 천명하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파기하고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했다. 2024년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와 군수물자 공급에 그치지 않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병력 1만5000명을 해외에 파병했다.
북한군이 유럽 전장에 투입된 것은 몽골 제국의 유럽 침략 이후 아시아 군대가 유럽으로 진출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파병 병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6000명이 전사·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의 ‘폭력 진출’은 유럽에서 멈추지 않았다. 중동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까지 북한과 직간접으로 얽혀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북한과 오랜 군사교류를 통해 테러 전술과 무기를 공급받아 왔다고 본다. 실제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북한제 대전차 로켓 ‘F-7’을 포함한 무기를 공개했다. 앞서 하마스는 2023년 5월에도 북한산 로켓으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무기수출 금지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하마스의 무기를 직접 사용한 테러로 희생된 미국인 유족들은 지난해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북한의 땅굴 기술을 수입해 국경지대에 거미줄 같은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북한과 이란의 도움을 받아 땅속에 중장비가 다닐 정도의 거대 땅굴을 수백㎞ 길이로 건설했다.
북한은 이란과는 오랜 기간 핵·미사일 개발을 공유해온 대표적 ‘반서방 연대국’이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란 핵시설과 민간시설을 폭격한 이스라엘을 향해 “용서받을 수 없는 비인도적 범죄”라고 규탄하며 미국과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김정은이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한 ‘폭력의 길’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일주일 안에 키이우 점령’을 장담했지만 4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북한의 무기·병력 지원에도 전황을 뒤집지 못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은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의 우군들이 실전에선 허약함을 드러낸 셈이다.
지구촌 폭력의 현장에선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교훈만 거듭 확인되고 있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