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스, "지도부 죽지 않았다"…카타르, 휴전 중재 중단
- 각국 이스라엘 규탄…10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해 불타는 카타르 도하의 카타라 지구 건물. 이 건물에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며 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연합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해 불타는 카타르 도하의 카타라 지구 건물. 이 건물에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며 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연합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제거하기 위해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했다. 이에 여러 나라가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파국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후 3시 50분께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던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군과 신베트(이스라엘 정보부)는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 타격했다"며 공습 사실을 시인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했다며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번 작전이 '불의 꼭대기'로 명명됐으며, 전투기와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km 넘게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아라비야는 대표단을 이끄는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하야, 고위급 간부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샬도 이 회의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며 "마샬 등 하마스 지도부를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카타르군 장교 1명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하마스는 예전에도 지도자급 인사의 사망 사실을 몇 달간 은폐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어제 예루살렘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당국자들에게 하마스 지도부 살인자들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테러 지도자들이 어디서든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면서도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원칙을 받아들였다"며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했다.

이스라엘 N12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수개월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2년 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노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번에 카타르로까지 무대를 넓힌 것이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 전쟁 발발 이후 이곳이 사실상 하마스의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 등 역내 무장 조직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긴장 완화와 중재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큰 부작용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카타르 당국은 공습 여파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미국에 밝혔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적인 공격은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고 규탄했다.

또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위, 역내 안보를 계속 교란하는 행위, 카타르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과 아랍연맹(AL)도 규탄 성명을 냈다.

카타르와 함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하던 이집트는 대통령실 성명에서 "이번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위험한 선례이자 용납할 수 없는 사태 전개"라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휴전과 인질 석방에 긍정적 역할을 해온 카타르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며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명백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관리들이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공격을 이미 알았고, 작전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의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늘의 행동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적인 작전이었다"고 이를 일축했다. 또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수행했으며, 이스라엘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서도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알제리와 파키스탄 등의 요청에 따라 10일 오후 3시(미국 뉴욕 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현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은 한국이다. 안보리 선출직 이사국인 한국은 9월 한 달 동안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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