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포기하면 이란 꼴…향후 비핵화 논의 거부할 것"
- 김정은, 핵시설 이전 및 방공망 확충 지시할 가능성

 

민간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22일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 전경.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위치(노란 점선 동그라미 안)에 구멍 6개가 보인다./막사 테크놀로지
민간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22일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 전경.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위치(노란 점선 동그라미 안)에 구멍 6개가 보인다./막사 테크놀로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본 북한이 핵무기 보유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것이며, 심지어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규모 정밀 공격을 실시해 완전히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벌인 최초의 공세적 군사행동으로 중동의 긴장을 크게 높였다.

북한도 이 공습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비난하며 “이는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북한이 북핵 포기를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과 대화에 더욱 심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보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이란과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해 향후 비핵화 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2006년 첫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 이번 공습을 계기로 이른바 '2차 공격' 능력, 즉 선제 핵 공격을 당한 이후 보복 핵 공격을 가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잠수함 개발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남성욱 숙명여대 교수는 “김정은은 핵시설의 이전, 은폐 및 엄폐, 방공체계 확충 등을 지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미국의 공습으로 북한은 핵무기만이 생존을 보증한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가질 것이며, 핵무기를 유지할 근거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은 이제 미국과의 외교적 접촉을 어리석은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도 무의미하다고 여길 것”이라며 “북한은 이란 사태를 빌미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비판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직후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북핵 포기 대가로 제재 완화를 제안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이후로도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북한이 약 5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최대 40개의 핵탄두를 더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분열 물질 추가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비핵화 촉구에도 불구하고 자국 방어를 위한 핵 능력 강화를 촉구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적대국들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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