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처럼 러시아 의존하던 이란 방공망 서전에 무력화
- '거미줄 작전'식 드론전, 北 이동식 발사대 제거 가능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미국 B-2 폭격기. 핵무기의 사실상 전부가 드론 공격에 취약한 지상 이동식 발사대에서 운용되는 북한에 지난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핵만으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연합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미국 B-2 폭격기. 핵무기의 사실상 전부가 드론 공격에 취약한 지상 이동식 발사대에서 운용되는 북한에 지난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핵만으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연합 

지난달 13일부터 12일 동안 진행된 이란-이스라엘 전쟁. 결국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마무리된 이 전쟁은 북한에게도 “핵만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전훈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군사평론가 후카가와 타카유키(深川孝行)는 최근 일본 언론 JB프레스를 통해 발표한 기고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후카가와는 이 같은 분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선 서전(緖戰)에 이란의 방공망이 무력화돼 제공권도 뺏긴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이란의 방공망 대부분은 사거리 250km급 S-300 지대공 미사일 체계를 주축으로 하는 러시아의 최신 장비라는 점에서 이 사실이 암시하는 바는 더욱 커진다.

이스라엘은 전쟁 개시 48시간 이내에 이란 서부 공역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다. 군사 용어로 SEAD/DEAD(적 방공망 제압/적 방공망 파괴)라고 불린다.

전자전 지원을 받는 스텔스기를 전면에 내세워 적 지대공 미사일 기지, 방공 레이더, 전투기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모사드(민간 정보부)나 아만(군 정보부)의 공작원을 다수 이란에 잠입시켜 이들이 운용하는 자폭 드론으로 레이더 기지와 지대공 미사일을 파괴한 것으로 후카가와는 보았다.

방공망 무력화 후에는 스텔스 성능은 없지만 폭탄 탑재량이 더 많은 F-15, F-16 전투기가 탄도미사일 발사시설과 드론 설비, 공군기지·공항, 기타 군사시설을 격파했다. 동시에 하메네이 정권의 요인을 살해하는 참수작전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방공망이 이스라엘 및 미국에 돌파당한 것은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을 제공한 러시아에게도 매우 심각한 사태다. 물론 러시아가 외국에 수출하는 군 장비는 성능을 떨어뜨린 제품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러시아 제품으로 구성된 이란 방공망이 돌파당했다면 유사시 모스크바 상공의 제공권이 뺏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이테크는 이것만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2030년에 실전 배치 예정인 '차세대형 지휘 네트워크(JADC2ㆍ통합 영역 지휘 통제)'를 실전 시험해 귀중한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G6(제6세대 통신기술) 네트워크를 사용해 전황 분석 및 최적 작전 수립을 순식간에 해내는 시스템이다.

전투기나 군함에서 전차, 보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군사 플랫폼은 이 네트워크를 위한 단말 센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AI로 순식간에 분석해 자동으로 작전 계획안을 짜는 것이다. 또 F-35가 다수의 무인기를 지휘해 임무를 수행하는 협력 전투항공기(CCA) 운용도 시도됐을 수 있다.

전술한 모사드, 아만이 실시한 드론 공격도 이미 러시아에게 상당한 위협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거미줄 작전’을 통해 러시아 영토 내에 트럭으로 반입한 무인기로 주기중인 폭격기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전이 성공하려면 적지에 잠입한 공작원이 아군기 및 사령부와 정보 공유를 통해 초단위로 타이밍을 맞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공격에 대응할 능력이 없음을 보이고 말았다.

미국에게 이란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상대로 한 차세대 하이테크 작전을 시험하는 실험장이었을지도 모른다.반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중동의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 중동 유일의 러시아 동맹국이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내전에 패해 2024년 12월 붕괴되자 시리아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 대부분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란이 시리아를 대신할 수도 없다. 이란이 파괴된 방공망을 재건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물자를 반입한다고 해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격으로 족족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란이 또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경우 반드시 재폭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게다가 러시아에는 러우전이 더 큰일이다. 그런데 러시아에 러우전 수행에 필요한 샤헤드 드론을 납품하던 공장도 이 전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이유로 이란이 장차 미국과의 협상에서 저자세로 나오고, 최종적으로 핵개발 포기나 북중러 반미 삼국연합과 거리를 두겠다고 한다면 러시아의 중동 기반은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제 무기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급락할 우려가 있다. 이는 러시아에게 정치ㆍ경제면에서 상당한 악재다. 중국과 북한에게도 이는 중대한 문제인데, 이 두 나라의 방공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상당 부분이 러시아 기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방공망은 핵시설을 타격하러 온 미국 B-2 스텔스 폭격기를 탐지 및 격추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 방공망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중국에는 미국과 같은 스케일의 반격 작전을 가할 능력이 없다. 즉, 이번 이란 핵시설 타격 작전을 가능케 한 다수의 스텔스 폭격기와 공중급유기 전력이 없다. 제공권 탈취 작전을 종합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노하우도 미국과 비하면 약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은 물론 바다 건너 중국 푸젠성의 제공권을 장악하고 주요 군사 거점을 무력화한 다음 중국에 정전을 요구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북한 방공망의 기술적 수준은 중국보다도 떨어진다. 물론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핵무기들은 거의 모두 지상의 이동식 발사대, 즉 트럭에서 발사되는 것이다. 북한의 핵탑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실용화되지 못했다. 김군옥 영웅함의 사례에서 보듯 그걸 싣고 다닐 잠수함이 전력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사시 이란-이스라엘 전쟁이나 러우전식의 드론 공격을 당한다면 북한 핵전력의 생존성도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만일 미국과 북한이 전쟁에 돌입한다면 제공권 탈취 작전과 참수 작전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드론으로 방공망과 공군기지, 이동식 발사대가 숨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터널이나 밖에 나온 이동식 발사대를 발견하는 대로 격파하는 작전을 취할 것으로 후카가와는 내다보았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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