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 건설자 등 수천명 인원 새벽 3시부터 ‘허허벌판 대기’
- 카메라 앞은 ‘건장한 인원’만…뒤쪽 군인 차림새는 낡고 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1년 3월 23일 수도 평양에 주택 1만세대를 짓는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착공식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을 가득 메운 채로 김 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1.3.24 /연합뉴스](https://cdn.sandtimes.co.kr/news/photo/202511/2865_3362_150.jpg)
북한이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추진 중인 대형 건설사업의 ‘1호 행사’ 착공식의 실상이 참혹하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겉으로는 “인민의 행복을 위한 대건설”을 선전하지만, 실제 현장은 새벽 동원과 무화장실, 보여주기식 촬영으로 점철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북한에서는 새로운 대규모 건설 대상이 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착공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평양과 지방에서 대형 건설 사업이 이어지면서 1호 착공식 행사 빈도도 늘었다.
이 행사에는 건설자와 군인 등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했던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외형과 달리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1호 착공식 행사 참가자들은 화장실이 급해도 마음대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일단 빠져나가면 다시 원래 위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행사 시작 서너시간 전부터 수천 명이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보통 착공식은 오전 9시에 하는데, 참석자들은 새벽 3~4시부터 현장에 나가 대기한다"며 "허허벌판인데 화장실이 없어 볼일은 여러 명이 둘러막아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고 전했다.
행사 연출 역시 조작에 가깝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석단에서 보기 좋도록 체격이 좋은 사람들만 앞줄에 세우고, 왜소하거나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은 뒤로 돌린다고 한다. 행사장 중간에는 거대한 구호판들이 세워지는데, 이 구호판 뒤에 배치된 인원은 주석단을 아예 보지도 못한 채 구호판 뒷면만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한다.
촬영 또한 앞줄 사람들만 비춘다. 소식통은 “뒤쪽 군인들의 옷차림은 너무 낡고 허름해 ‘이게 과연 1호 행사 맞나’ 싶었다”며 “어차피 TV에 나오지 않을 얼굴들이라 신경도 안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건설사업을 선전하는 평양의 방송 화면과 달리, 실제 현장은 위생·환경·안전이 무시된 채 ‘인원수 채우기’와 ‘겉모습 연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평양 중심부 건설, 살림집 확장, 병원·공공건물 건설 등에 연이어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증언을 종합하면, 간부들의 ‘성과 과시’와 ‘촬영용 장면’이 우선될 뿐, 노동자·군인의 기본 인권과 안전은 후순위로 밀린 실정이다.
소식통은 “건설에 동원된 건설자들의 실제 생활 여건과 노동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선전 영상만 화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신영 기자 js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