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 운송…韓 수입 중동산 99% 통과
- 이란 의회, 해협 봉쇄 의결…최고국가안보회의 최종 결정 남아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연합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연합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란이 세계 주요 석유 수송로이자 병목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에 좁은 곳은 폭이 약 50㎞ 정도에 불과하지만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인 탓에 지정학적 중요성이 지대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이같은 운송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과 비교해서는 전체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이 해협을 통해 운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는 대부분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 작전을 펼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는데, 이런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얕은 수심으로 인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기뢰 공격에 취약할 수 있으며,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미사일 공격이나 소형 순찰정, 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잠수부들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에 있다 접촉 때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최신식 '침저 기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 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전면 봉쇄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미국의 공습 참전은 과거와 양상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해협 봉쇄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지난 22일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이 보복 조치를 강구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전면 봉쇄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게 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협 차단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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