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3만명 정당, 중국 지원 받고 선거개입하고 폭력조직과 무장까지
“대만은 지금 중국 간첩들과 실질적 전쟁 중”..."최소 5천명 간첩 활동"

 

중화통일촉진당 설립자 창안로가 타이완에서 집회 중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중화통일촉진당 설립자 장안로가 타이완에서 집회 중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대만의 극단적 친중 정당 중화통일촉진당(CUPP)이 중국 공산당의 직접적 지원을 받으며 반정부 활동을 통해 대만 사회를 교란해온 사실이 폭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9일 대만 당국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내부 문서등을 심층 분석한 결과, CUPP가 중국 통일전선의 실질적 전위조직으로 활동하며 자금과 인력을 제공받아 반정부 선전과 선거 개입 그리고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고 분석했다.

CUPP는 2004년 대만 최대 폭력조직 죽련방(竹聯幫)의 두목 출신 장안로(張安樂)가 창당했다. 죽련방은 2018년 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3천억원 치를 대한민국에 밀반입 했었다. CUPP는 원내 의석은 없지만 당원 약 3만 명으로 일국양제에 따른 “중국 주도의 평화통일”을 노골적으로 주장해왔다. 당 강령은 ‘대만은 중국의 불법이탈 일 개성인 중국 영토’라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과 거의 동일하다. 

WP는 “CUPP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며 “중국으로부터 자금·숙소·홍보 장비를 지원받았고 일부 당원은 친중 스파이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CUPP는 SNS를 통해서는 범죄와사고 영상을 대량 유포하며 대만은 무질서한 사회라는 이미지도 확산시켰다. 지난해 총통 선거에서는 친중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반중 시위를 비난했다. "중국 군 침공시 대만 군은 항복해라"라고도 주장했다.

CUPP는 폭력조직 죽련방과 결합해 내부 무장조직화도 시도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지난 5년간 CUPP와 죽련방 조직원들로부터 총기 200정을 압수했다. 대만 안보국 관계자는 WP에 “중국의 무력 침공 시 CUPP가 사회 기반시설 파괴 활동에 앞장서는 '흉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점을 전달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3월 1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국 침투 위협'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AFPB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3월 1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국 침투 위협'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이미 대만의 반(反)침투법이 정의하는 '해외 적대 세력'이 됐다"고 강조했다./AFPB

민진당 정부는 CUPP 척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초 CUPP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CUPP 대변인 장멍충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240만달러(34억 원)을 받고 친중 선전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비록 장멍충은 최근 사망했지만 부인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직 미국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는 “CUPP는 중국이 보유한 수많은 자산 중 일부일 뿐”이라며 "중국엔 더 신뢰할 수 있고 통제도 가능한 자산이 많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2024년 대만 총통선거 개입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왕후닝 공산당 상무위원이 지난해 12월 대만사무판공실 회의에서 “선거 개입을 분산식으로 은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했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에 더 우호적인 정당이 이기도록 중국 공산당이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중국 공산당 내 서열 4위로서 공산당내 대만 정책을 총괄하는 왕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주석도 올해 2월 회의에서 “대만 독립 세력을 단호히 척결하고 조국 통일을 필연적 대세로 만들어야(塑造) 한다”고 연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들어야 한다’는 표현은 중국이 처음 사용한 공격적 용어”라고 짚었다. 

국민당 의원들이 입법원 내에서 중국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며 거리에 나온 블루버드 운동 참가자들./게티
국민당 의원들이 입법원 내에서 중국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며 거리에 나온 블루버드 운동 참가자들./게티

이러한 '대만 내 중국 침투'라는 이슈를 두고 대만 정치권은 극심한 분열 상태에 놓여있다. 2024년 1월 총통선거에서 반중노선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지만 입법원에서는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며 정국이 교착됐다. 이후 제1야당 국민당은 대만민중당과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논란이 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정부여당의 법안을 대거 무산시켜왔다.

이에 더해 지난해 국민당 의원 일부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인 왕후닝의 환대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자 야당의 입법 방해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블루버드 시위'를 벌여 친중의혹 의원 31명을 소환하는 이례쩍인 국민투표를 벌이는 등 대만 전역에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AFP통신은 “대만은 지금 중국 간첩들과 실질적 전쟁 중”이라며 “작년 간첩 혐의로 기소된 64명 중 절반 이상이 현역·예비역 군인”이라고 전했다. 대만 정보국(NSB)이 지난해 1월 공개한 '중국 간첩 사건 침투수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내 간첩 사건도 2021년 16명 → 2022년 16명 → 2023년 48명 → 2024년 64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류더량 전 대만 군사정보국장은 “중국 간첩 수는 최소 5천명으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피터 매시트 회장도 “이 정도 규모의 간첩 활동은 전례가 없다”며 “목표는 분명히 대만 병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 인원을 최소 30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방첩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한 간첩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그 결과 현재 한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간첩을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현 정부의 이종석 국정원장도 청문회 때 관련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나, 대만 내 연예인과 군인 그리고 정치인에게 까지 마수를 펼친 중국 공산당의 간첩공작이 대한민국에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어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연태웅 기자 abraham.yeon@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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