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육으로 만리장성 쌓아 외세 침략에 완승 거둬"
- 트럼프, "中 승리 추구 과정에 미국인 많이 희생"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승절에서 "중국 인민은 굳건한 결의로 강대한 적과 불굴의 의지로 싸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역사 인식을 공격했다.
시진핑 주석은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혈육으로 만리장성을 쌓아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외세 침략에 맞서 완승을 거뒀다"며 항일전쟁 승리를 기렸다.
시진핑 주석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 현 세계 정세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역사는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경고한다"며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서로 도울 때만 공동의 안보를 유지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나서며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화민족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립적이고 강인한 민족"이라며 "과거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가 걸린 투쟁에 직면해 공통의 증오를 품고 저항하며 민족의 생존, 민족의 부흥, 인류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이 열병식에서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탑재 미사일 둥펑(東風·DF)-5C 등 첨단무기를 공개한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세계적 군대로의 발전을 가속화해 국가 주권과 통일,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며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숭고한 대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행사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를 상대로 자유를 확보하도록 도울 목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를 중국 시 주석이 언급할지가 답변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며 중국에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다"며 "그들이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플라잉 타이거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에 앞서 당시 중화민국을 지원할 목적으로 1941∼1942년 비밀리에 파견한 부대다. 이들 군 조종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바꾸고, 자원 의용군 형태로 국민당 정부의 항일전을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군국주의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중국 전장(戰場)에서도 미군이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을 도왔으며, 그것을 통해 결국 일본이 패망해 오늘날의 중국이 존재하는데도 시진핑 주석이 그런 사실을 외면한 채 다른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항일전쟁 과정에서의 해외 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연설을 시작하며 "중국인민의 항일투쟁을 지지하고 도와준 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벗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