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기존에 밝힌 주둔 병력보다 12배 많아
- "미국인 피 흘리면 전쟁 개입 명분이 될 수도"

미국이 대만에 주둔시킨 병력이 기존에 알려진 41명이 아니라 500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중국에게는 넘어선 안 되는 한계선, 즉 ‘레드 라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 자동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만 주둔 미군이 피해를 입는다면 참전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마크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지난 15일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서 "대만에 약 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이는 대만 방어를 위한 실질적인 개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둔 규모는 미국이 그동안 밝혀 온 숫자의 12배에 달하는 것이다.
실제 미군은 지난해 의회 보고서에서도 대만 주둔 병력을 41명이라고 밝혔다. 이 숫자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처음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을 인정한 2021년 이후 변함이 없었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이 이 숫자를 200명으로 늘리려 한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제기됐고, 미국 국방부는 언급을 거부했었다.
대만 주둔 미군은 순수 전투병력이라기보다는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군사장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훈련인원으로 보인다.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대만군을 실전 대응이 가능한 신뢰할 만한 군대로 훈련시키기 위해 미군의 참여는 필수적이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면서 우리가 직접 훈련시키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한때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신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사령관을 지냈고, 지금은 여러 싱크탱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반중 매파의 한 사람으로 대만 주둔 미군을 확대하고, 대만의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대만 전문가들은 500명의 미군 역할을 축소 해석하고 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연구원은 "몽고메리가 언급한 인원은 전투부대가 아닌 훈련요원이며, 현역 미군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천원자 대만정치대학 교수도 "이런 공동훈련 임무는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성격이며, 상시 주둔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차이나닷컴은 "미국의 늑대 같은 야망은 너무나 분명하며, 미국은 대만해협 문제에 간섭할 명분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중국의 위협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불길을 더욱 부추길수록 대만독립의 종말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CCTV 역시 이 문제를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응 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주민들이 '미국이 대만을 전쟁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미국은 아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자동 개입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의 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한편 대만의 독립 움직임은 적당한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지속적으로 무력을 이용한 통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중국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이 대만에 공식적으로 미군을 주둔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500명까지 병력을 늘렸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1979년 중국을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면서 대만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다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무기판매 등 방어지원을 지속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젠 대만 주둔 병력까지 197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린 셈이다.
사샤 차브라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전면전이 시작되면 대만에 있는 미군 기지도 타격을 받고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인이 피를 흘리게 되면 미국은 전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미국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으로 대표되는 미국 내 강경론자들이 원하는 것도 이같은 방향이다. 몽고메리 예비역 소장은 청문회에서 "효과적인 (대중국) 억제와 대만 방어를 위해 주둔 병력 규모를 1000명으로 늘려야 한다"며 "밀접하고 지속적인 군사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밀히 유지되던 미국과 대만간의 군사협력이 노골적이고 개방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중국의 레드 라인에 대한 테스트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보고 향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수석연구원 윌리엄 매튜스는 이같은 전략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으로 하여금 지금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미국이 통일을 막는 선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은 무력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