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臺, F-16V 등 미국제 신장비 조속 인도 요구했을 가능성
- 美, 中과 무역협상 빅딜 앞두고 臺와 균형잡기 복잡해져

 

지난 7월 열린 대만 방어 '한광' 훈련에 참가한 대만군 병사들. 중국군 열병식을 앞두고 미국과 대만 국방 당국자가 알래스카에서 비밀 회담을 가졌다./연합
지난 7월 열린 대만 방어 '한광' 훈련에 참가한 대만군 병사들. 중국군 열병식을 앞두고 미국과 대만 국방 당국자가 알래스카에서 비밀 회담을 가졌다./연합

미국과 대만 국방 당국자들이 지난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비밀리에 회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 제드 로열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과 대만 국가안전회의 부보좌관 쉬스지엔(徐斯儉) 간에 진행됐다.

이는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양자 고위급 회담이 돌연 취소된 이후 이뤄진 것이다. 당시 회담 취소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 추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치 리스크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아만다 샤오 중국 디렉터는 이번 알래스카 회담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안보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무역합의 및 정상회담 가능성을 살려두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다만 회담 장소와 참석자 급을 낮춘 것은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미중 협상 추진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대만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균형잡기'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대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빅딜'을 위해 대만 지원을 잠시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중국과의 협상 타결 전까지 대만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 서명을 미룬 전례가 있다.

이번 미국-대만 간 국방 당국자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면한 군사적 상황에 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대만에 중국군 열병식을 전후해 도발 행위를 삼갈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열병식에 참가할 예정인 장비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 성능과 대만 방위에 가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대만은 이미 구매했지만 아직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HIMARS 로켓포 시스템, F-16V 전투기 등 미국제 신장비의 조속한 인도, 추가 신장비 판매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예년보다 더 확대 실시된 대만의 올해 한광 훈련에서 얻은 교훈은 물론, 대만의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의 발전 방안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만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대비 23% 늘려 국내총생산(GDP)의 3.3% 이상으로 하자는 기록적 증액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입법원(한국의 국회에 해당)에서 일부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이번 회담의 이면에는 입법원에 예산 증액 필요성을 납득시킬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저작권자 © 샌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