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 대만 문제 거론, 사문화된 자동개입 조항 재소환
- 대만 둘러싼 미중 충돌 경우 北 '군사적 개입' 배제 못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실익을 챙긴 북한이 향후 대만 사태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내용을 전하며 "조선 측은 대만, 티베트, 신장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계속해서 중국 측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며,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도 5일자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은 앞으로도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 발전리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성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명시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실상 사문화됐던 1961년 북중우호조약의 군사자동개입 조항을 재소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조약은 한쪽이 외부 침공을 받을 경우 상대국이 자동으로 군사 개입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과 교수는 “북중 간 자동개입 조항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셈”이라며 “앞서 북러 간 조약 체결에 이어 북중러 3각 연대가 비로소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실익을 챙겼듯, 이번에는 중국을 상대로 군사 지원을 자청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자동 참전과 경제 지원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의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 국면에서 군사적 지원을 자처하고, 그 대가로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참전을 이끌어내며, 식량·에너지·외화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식 ‘군사 파병–경제 지원’ 거래가 성사될 경우 북중 관계는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이 직접 군사적 개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중러 삼각 연대가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베이징 방문은 북중 관계 복원과 더불어 향후 북미 협상 재개 국면에서 ‘중국 카드’를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여왔으며, 실제로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열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다./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