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대전 선언으로 대만은 中의 것" vs "당시 中 없어"
- 美, "中 주장 거짓"…대중 외교 관례 비춰보면 파격적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군사력 이외의 방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다름 아닌 역사 해석을 통해서다. 최근 중국과 대만 양국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첨예한 역사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다. 이를 맞아 중국과 대만 양국은 이 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와의 관련성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포함한 연합국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 등을 통해 종전 후 처리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이들 선언에서 전쟁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대만이 전후 중국 영토로 복귀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것을 근거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합법적인 영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만을 점유하고 있던 일본은 1951년 연합국과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통해 대만 영유권을 포기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는 그 이후 대만이 누구에게 속해야 할지는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이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조약이 불법적 무효라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는 중국도 대만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대표하고 있던 정부는 국민당이 이끄는 중화민국 정부였다. 국민당은 1949년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에 패배한 후 대만으로 도피했다. 이후 현재까지 대만의 공식 국명은 여전히 중화민국이다.
현재의 중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야 건국됐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존재하지 않았고, 전쟁 중 맺어진 어떤 협정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만은 중국이 현재 대만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미국 재대만협회는 지난 15일 로이터 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중국은 카이로 선언, 포츠담 선언,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문서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대만을 강압적으로 복종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며, 이러한 문서 중 어떤 것도 대만의 궁극적인 정치적 지위를 결정짓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같은 거짓된 법적 담론은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다른 국가의 주권적 선택을 제한하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활동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대만협회는 현재 외교적 관계가 없는 대만과의 소통을 위해 미국이 대만에 설치한 비영리기구로,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의 역할을 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을 승인하면서 대만과 단교했지만 여전히 대만의 가장 중요한 국제적 후원자다. 한편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따르면서 대만의 주권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고 오직 중국의 입장만을 인정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 재대만협회의 성명은 그동안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이징에서 "카이로 선언과 일본의 항복 문서 등 법적 효력이 있는 일련의 문서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과 대만의 지위를 명확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의 린치아룽(林佳龍) 외무부 장관은 미국 재대만협회의 성명에 감사를 표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