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전문가들 "트럼프, 북핵 인정하고 거래 모색할 가능성"
- "북미, 비핵화 대신 평화협정 집중할 경우 한국 부담 커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한 북미대화 의향을 피력한 것과 관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동시에 비핵화 논의를 배제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 경우 한국의 안보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설 내용으로 미뤄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는 의지는 확인됐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르면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궤도에 올라 있으며, APEC 정상회의 때 또는 그 즈음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때가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는 내년 초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사가 있다는 가장 명확하고도 직접적인 신호"라면서 "APEC 기간 내 비무장지대(DMZ)에서 약식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로 했으며, 내년 초 자신이 중국을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고 지난 19일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 이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추구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제가 '비핵화'에 얼마나 밀접하게 묶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1기를 포함한 역대 정부를 관통해온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적 정통성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한국석좌는 "미국은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장기적 목표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비핵화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전 상태를 종식하는 평화 협정에 초점을 맞추는 데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을 기반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행동하는 편"이라며 "그는 이미 북한을 핵국가(Nuclear Power)로 일컬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비핵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를 명시적 의제로 상정하는 회담을 고집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형태의 '거래'를 모색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 한국석좌는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엇을 제안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크로닌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하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합의할 경우 "한국은 커져가는 핵 위협에 스스로 대처해야 하고,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북미 관계의 진전에 한국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한국이 평양에 관여할 수 있는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양자회담 과정에서 서울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학술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적 비상조치'로 북한 핵동결에 수용적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 없이 북미 회담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연태웅 기자 abraham.yeon@sandtimes.co.kr
- 트럼프엔 침묵하고 李엔 “비핵화 망상증”... 통미봉남 전략
- 北과 대화하려면…"경제 유인책에 당장의 비핵화는 배제해야"
- 김여정 담화도 안 통했다… 한미 외교장관 “北 비핵화 목표 확고"
- [단독] 北, ‘방어적 외교’서 정세 움직이는 ‘적극적 외교’로 전환 예고
- 김여정, "비핵화는 끝난 얘기"…새로운 북미 협상 구도 제안
- "트럼프의 입이 아니라 ‘발’을 보라"…김형진 "실리·원칙 분리한 전략 접근 필요”
- 트럼프, 10월 방한 시 김정은과 '판문점 회동' 가능성
- 트럼프 “협상 가능” 언급했지만…北, "미국은 날강도" 비난
- 트럼프, 北 희토류로 눈 돌렸나?…“중국 숨통 쥘 카드 될 수도”
- 北, 트럼프 친서 '수령 거부'…백악관 "대화 여전히 열려 있어"
- 트럼프 관심서 사라진 김정은? ... 北은 ‘신천 학살’로 반미 고조
- 北 “美, 핵전쟁 추구 않으면 본토 겨냥 안 해”…美 방위훈련 강력 반발
- 美, 北의 '핵 파워' 현실 인식…대북정책 밑그림은 미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