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자체 발표로 최대 2억톤 이상 매장량 주장
- 트럼프, 북한판 광물 빅딜로 확대 적용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친서 러브콜’을 보내며 미북대화 재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원산 카지노뿐 아니라 전략 광물인 희토류를 새로운 ‘빅딜 카드’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목줄을 잡힌 미국이 북한이라는 미개척지를 통해 숨통을 틔우려 한다는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를 다시 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외교관들이 트럼프대통령의 친서를 받기를 거부했다는 NK뉴스 보도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했지만 이후 하노이 회담 결렬과 북측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관계는 경색됐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조건으로 광산 운영권을 챙긴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모델을 북한에도 들이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현재 세계 공급망의 7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의 대가로 광물권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한의 희토류 자원에 주목하며 중국의 자원 독점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자체적으로 희토류 개발에 관심이 크다”며 “미북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한이 미국 자본에 희토류 광산을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자체 발표로 최대 2억톤 이상의 희토류 매장량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이라면 단숨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희토류 보유국이 된다. 전 세계 1위인 중국보다 두 배 많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이 쥐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그린란드를 사들이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광물 협정’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북한판 광물 빅딜’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 전문가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희토류-안보 협정은 대담한 접근이며, 북핵 위기를 돌파할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광물 수익을 대가로 비핵화·ICBM 시험 중단 등에 나서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심각한 경제난을 돌파할 출구가 필요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핵을 보유한 북한은 과거와 달리 기존 방식으로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며 "경제 문제가 효과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여전하다. 미북 간 희토류 광물 협정 논의가 양국 간 협상의 당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중국·러시아의 견제가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했으며, 두만강 교량 확장 등 광물 공동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컨설팅회사 시베리아 금융시스템은 북한 광물의 총가치를 3조 달러(약 4300조원)로 추정했다. 북한의 전략 광물에는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우라늄 등 세계 10위권도 많다.
러시아와의 밀착이 심화된 북한이 미국의 손을 다시 잡을지는 미지수다. 중국도 가만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 역시 북미 직거래가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빅딜’이 다시 살아날지 또는 북한 희토류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뇌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명성 기자 kms@s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