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종전 협상·이란 핵 협상 이후 대화 전개 전망
- 국민 통일여론조사…'대화 재개' vs '제재 강화' 팽팽

 

미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 다른 대외정책을 해결한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 
미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 다른 대외정책을 해결한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대북정책의 '밑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그리고 이란과의 핵 협상 등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북한과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문제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워싱턴 DC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적시한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흐름은 당시와 다소 다르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장하고, 이란이 핵 야심을 지닌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이 발언은 구체적인 표현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했던 발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김정은은 이제 핵 파워(nuclear power)를 가졌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도 "김정은이 핵 파워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핵 파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규정한 핵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일관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를 전제로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권 1기 때 추구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를 인정한 상황에서 핵능력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핵군축 협상을 정책 기조로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비핵화에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북한을 회유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임기 때 북미회담에 참여했던 알렉스 웡이 국가안보부보좌관, 리처드 그리넬이 북한·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됐지만 이들은 아직 북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외의 대북·북핵 주요 인사 라인업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현재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얼마 전 이란과 10년 만의 핵 협상까지 재개한 것도 대북정책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취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해 온 우크라이나전 협상은 3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선명해질 때까지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등 과감하고 우호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일단은 반응하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대화가 실질적으로 전개되려면 미국이 다른 대외정책을 우선 해결하고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확실히 하는 등 대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북한 핵이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앞으로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과제로 한국민들은 '대화 재개'와 '제재 강화'를 비슷한 비중으로 꼽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24일 공개한 '1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북정책 과제로 35.5%가 '남북대화 재개 및 교류협력 강화'를 골랐다. '대북제재·억제 등 안보태세 강화' 응답은 30.8%였다. 이어 '북한 비핵화 등 북핵 문제 해결'(16.4%), '국민 통일의식 함양 및 통일 공감대 확산'(12.0%)이 뒤를 이었다.

대북 인식은 경계 또는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45.5%)이 협력 또는 지원 대상이라는 응답(43.2%)을 오차범위 안에서 웃돌았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67.9%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 25.1%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하다.

통일을 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전쟁 위협의 해소'(29.4%), '경제 발전'(28.7%), '민족의 동질성 회복'(15.9%), '자유와 인권 실현'(14.1%), '국제적 위상 강화'(9.3%) 순으로 응답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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