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위이고 국체인 핵 영원히 내려놓지 않을 것
- 반공화국 이재명 정권 역시 철저한 적대정권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만을 겨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대미(對美) 채널은 열어두고 한국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비핵화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불변”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이 대통령이 방미 기간 한미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한국을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섬겨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라고 조롱하며, “리재명이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처럼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려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통령이 CSIS 연설에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며 “한국을 왜 적이라고 하는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계기”라고 반발했다. 헌법 제3조(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를 거론하며 “정권이 10여 차례 바뀌었어도 반(反)공화국 기조는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며 “리재명 정권 역시 철저한 적대정권”이라고 매도했다.
북한은 또 “이 대통령이 집권 초에는 ‘조한관계(남북관계)’ 회복 의사가 있는 듯 행세했지만 불과 80여일 만에 대결광의 정체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앞서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이라며 이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것과 맥락이 같은 발언이다.
반면 이날 논평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언급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 희망”을 밝힌 데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대미 비난은 없었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이 논평은 게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비난을 자제한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분리해 대응하면서 비핵화 의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미 대화 공간을 열어두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