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외교서 北 관심 후순위로 밀려
- 기싸움에 협상 교착 장기화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브로맨스’까지 언급되던 북미 정상 간 관계는 급속히 식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메시지에서 북한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한 증오감을 자극하는 반미 선전 수위를 높이고 있다. 6.25 한국 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졌던 미군에 의한 ‘3만여명 학살’ 주장을 재차 강조하며 체제 내부 결속을 위한 반미 감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북미관계 흐름을 “팽팽한 기싸움 국면”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대화 재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까지도 “김정은과 친분 있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는 과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하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어조를 사용했다. 이는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군축 협상’이라는 새로운 틀로의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취임 넉 달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서 북한은 자취를 감췄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중 무역 갈등, 중동 문제 등 다른 현안들이 장기화되며 북한은 외교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내 대북 라인의 붕괴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앨릭스 웡 안보부보좌관과 마이크 왈츠 전 보좌관이 잇따라 기밀 유출 문제로 경질되면서, 실질적 대북 소통 라인이 붕괴된 것이다. 대북 협상을 이끌 '키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북한을 당분간 주요 외교과제로 다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북한은 반미 감정 조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들은 연일 황해남도 신천군에서 6·25전쟁 중 미군이 주민 3만여 명을 학살했다는 주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북한 주민들이 신천박물관을 방문해 '살인귀 미제' '반미대결전'을 외쳤고 북한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미군에 의한 신천학살은 사실과 거리가 먼 왜곡이라는 것이 다수 사료와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한화룡 백석대 교수는 '전쟁의 그늘'을 통해 “신천 사건은 좌우익의 복수극이었으며 미군의 조직적 학살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군은 오히려 민간인 총살을 제지하고 부상자를 후송했다는 미 문서자료도 존재한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가 보관 중인 당시 보고서에는 “치안대가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처형했고, 미군은 이를 제지하려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신천학살을 반미 교양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것은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정치적 조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반미 선전을 강화하고 미국은 북한을 외교 아젠다에서 제외하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교착을 전제로 한 ‘기싸움’에 가깝다.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도발 수위를 조절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보다 우선적인 외교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단기간에 북한을 다시 외교 중심축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실패, 중국의 버티기 전략, 공화당 내 권력투쟁 등은 북한 문제를 ‘선택적 외교’의 대상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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