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은 거칠지만 행동은 계산적, ‘트럼프 리스크’ 맞설 실용외교 전략 필요
- “방위비·통상 협상, 말에 휘둘리면 주도권 잃어 …“시간표 쥔 쪽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한미동맹이 다시 ‘거래의 장’으로 끌려들고 있는 가운데, 김형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이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외교는 늘 강한 말로 시작되지만, 실제 움직임은 거리를 둔 경우가 많다”며 “레토릭에 반응하기보다 실익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고 방위비를 폭등시키려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맹을 해체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는 양보 가능한 실리 영역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명확히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외교를 한마디로 ‘레토릭과 실익의 분리’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동맹을 무가치하게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한 실리 계산을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시대의 외교 전략을 요약하면 ‘말로 동맹을 흔들고, 행동은 수치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라며 “지금은 트럼프의 발언에 반응하기보다 숫자와 정책의 흐름을 분석해 협상에 대비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8월 1일로 예정된 한미 상호관세 재협상 시한을 이재명 정부 외교의 첫 분기점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재부과, 철강 쿼터 재조정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조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위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지난 5년간 누적 기준 국방비를 29% 이상 증액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기여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계산서 없는 동맹”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은 아직 없다. 김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1기 트럼프 정부에서 나타났던 ‘한국 패싱’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며 “청와대는 북미 대화 채널이 가동되기 전, 한미 공조 채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채널이 독자 가동되면, 전작권 전환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 민감한 안보 사안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며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균형 자체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맞교환 외교’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미국이 향후 20년간 300기 이상의 원전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한국형 원전 기술과 인력을 미국에 제안해 통상 압박의 완충지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조선, 원전, 배터리 등 강점을 지닌 분야를 활용한 산업 협력 방안을 미국과 적극적으로 맞바꾸는 실용주의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외교는 예측불가능해 보이지만, 결국 철저한 득실 계산에 기반을 둔다”며 “한국 외교는 동맹의 원칙을 지키되, 말보다 행동을 보는 냉철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입이 아닌 발을 봐야 한다는 말은, 지금 우리가 놓인 외교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이라며 "감정이 아니라 수치와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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