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첫 한미 외교회담… 한미일 협력도 계속 강화
- 美, 주한미군 역할 확대 시사… 北·中 견제 동맹구도 가속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 거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미 외교수장이 첫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와 한미일 협력, 인도·태평양 정세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외교장관이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는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현대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국제제재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김여정이 지난달 29일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미 협상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동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동맹 현대화는 북한 중심이었던 기존 한미 안보 협력을 대중(對中) 견제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측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해 인도·태평양 전반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요인에 따라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향후 북한 도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대만 해협의 안정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문제도 논의됐다. 국무부는 “두 장관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고 밝혔으나, 외교부는 직접적인 ‘대만 언급’을 자제했다.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됐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한미일 협력의 중요한 기반임에 공감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3국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역내 안보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회복력을 위해 3자 협력의 진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기술동맹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 장관은 “전통적인 안보·경제 협력에 더해 AI, 원자력, 양자기술(퀀텀)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한미 협력의 제3축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공급망 강화와 핵심기술 공동개발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또 조선(造船) 협력과 범정부 협력체계 강화에도 양측은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관세 협상의 타결을 축하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며 “미국 측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복합적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변화’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