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불안정은 미국 책임”…외교 아닌 ‘무력’ 강조
- 러시아엔 ‘밀착’, 美엔 ‘침묵’…장기전 구도 굳어지나

2018년 6월 11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왼쪽)을 만난 모습. AFP 연합뉴스
2018년 6월 11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왼쪽)을 만난 모습.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화 재개 의사를 내비쳤지만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사실상 미국의 손길을 정면으로 뿌리쳤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가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상호 간 인식 차만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공개 석상에서 “북한과 갈등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은 29일 노동신문에서 “날강도적 제재와 침략 전쟁 책동을 자행해온 적대세력”이라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우리 공화국은 한순간도 자력갱생의 기치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며 제재를 뚫고 이룬 ‘경제 성과’를 강조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해 주요 산업 부문에서 계획 초과 달성이라는 전과를 올렸으며, 인민경제의 12개 주요 고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표의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북한 특유의 선전이지만, 내부 결속을 강화하며 대미 강경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이날 국제 정세에 대한 해석에서도 미국을 정조준했다. 노동신문은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은 서방 제국주의의 주권 침해에서 비롯됐다”며 “공정한 국제질서는 강력한 자위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수사 대신 ‘군사력 우선’ 기조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 같은 주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장기전에 돌입한 이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는 각종 군사·경제 분야에서 밀착을 강화해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반응이 ‘대화보다는 대결’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의 협상 제안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노선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년 초 예정된 제9차 당 대회를 계기로 대외전략의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당분간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주연 기자 lgy25@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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