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준비해 온 ‘섞어쏘기’ 전술의 위험성 실증
- 북한이 사전 탐지를 피하고 우리 방공망 교란 의도

이란이 최근 이스라엘을 상대로 펼친 미사일·드론 동시다발 공격이 ‘섞어쏘기’ 전술의 파괴력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전문가들은 같은 방식의 공격이 한반도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미사일 다종화와 대량 발사 능력을 바탕으로 이 전술을 남한을 겨냥해 고도화해 왔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주력 방어체계인 아이언돔이 로켓포에는 효과적이지만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드론이 뒤섞여 동시 다발로 쏟아지자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592명이 다쳤다.
우리 군 안팎에서는 이란의 이번 공격이 북한이 준비해 온 ‘섞어쏘기’ 전술의 위험성을 실증해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2년부터 KN-23·24·25 등 변칙 기동이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600㎜ 초대형 방사포를 수백 기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동해·서해·내륙 어디서든 다종의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을 대규모로 운용 중”이라고 했다.
북한의 ‘섞어쏘기’ 도발은 이미 수차례 실전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2022년 1월 한 달 동안만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해 김정은 집권 이후 월간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고도·사거리·발사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요격망 무력화 가능성을 시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8차대회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ICBM, 다탄두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포함한 ‘국방 5개년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후 극초음속 미사일은 수 차례나 시험 발사됐고, KN-23은 열차 발사 실험까지 완료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사거리를 1800㎞까지 늘려 주한미군 기지는 물론 일본 내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8일에도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1시간 이상 순차 발사했다. 군 당국은 KN-23, 초대형 방사포 등 여러 종류를 섞어 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짧게는 200㎞, 가장 멀리는 800㎞를 날아갔다. 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사전 탐지를 피하고 우리 방공망을 교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군은 다층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로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이란 사례처럼 대량 동시 발사가 현실화되면 요격탄 소진과 방공망 과부하로 방어망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란 사례를 교훈 삼아 ‘섞어쏘기’ 전술을 더욱 정교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