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협상 등 현안 산적했음에도 소통 기회 아쉬워
- 국내용 강경 메시지 이후 美 정상과 대면 피한 인상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옆에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자리가 비어있다. 김혜경 여사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로이터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옆에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자리가 비어있다. 김혜경 여사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로이터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뉴욕 매디슨 애비뉴의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환영 만찬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행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백악관 관계자는 “145명의 세계 대표들과 배우자들이 대통령 부부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고, 일부는 몇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기회를 놓친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이날 환영 만찬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총리,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정치·경제 분야에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을 찾은 각국 리더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며, 특히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의 조달을 위해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필수조건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미 정상이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해 버린 셈이 됐다. 

비슷한 시각 이재명 대통령은 뉴욕 모처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내정자 등과 만찬을 함께 했다. 강경화 내정자는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은 나왔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장 제정은 못했는데, 이날은 뉴욕의 비영리 단체인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셀프 왕따 인증'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통령의 불참을 언급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고 관세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우리 현실을 외면했다”며 “뭣이 중헌지 정말 모르는 ‘경알못’ ‘외알못’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김기흥 미디어 대변인도 “만찬 불참은 자신감과 용기의 부재”라며 “전형적인 의전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최근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곧 만나게 될 것"이라며  "10초의 만남을 갖기보단 현지 인사들과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짧은 대면과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초기부터 마라라고에 방문하는 등 접촉을 이어갔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말레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아르헨티나와의 200억 달러 통화 스와프’를 제안한 바 있다./연태웅 기자 abraham.yeon@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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