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대통령, "韓은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 인프라 日과 달라"
- 정책실장, "통화 스와프 해결 안 되면 협의 나아갈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연합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간 통화 스와프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을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접견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과 별도로 베선트 장관을 만나 통화 스와프와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의 특강을 위해 방미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통화 스와프에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 대통령, 경제 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이 총출동해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상에 나선 모양새다.

통화 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로 필요한 만큼 돈을 교환하고, 특정한 기간에 미리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달러를 빌려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베선트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과 일본의 합의가 있었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나 외환시장 인프라 등에서 일본과 다르다"며 "이런 측면을 고려해 협상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통상 협상과 관련해 무역 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 협력 분야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충분히 경청했고, 이후 내부에서도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구윤철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과 만나 통화 스와프 및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 정부가 요청한 한미 통화 스와프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의 만남에서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외환시장 관련 주무장관인 베선트 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답했다.

김용범 실장은 "지난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IMF 본부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방미해 베선트 장관과 간단히 면담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도 이창용 총재가 통화 스와프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베선트 장관도 이 문제에 대해 숙지를 하고 있었고, 오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그 포인트(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는 한국의 요구)를 말했다"며 "베선트 장관은 충분히 경청했다면서 관련 부처와의 논의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실장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우리는 대부분을 대출, 그 다음에 보증, 아주 일부분을 직접 지분 투자로 예상을 했다"며 "하지만 미국이 업무협약(MOU)이라고 우리에게 보낸 문서에는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 적용 유예 만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김용범 실장은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 중 대부분을 직접 지분 투자 대신 대출과 보증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용범 실장은 이날 "그동안 양국 간에 많은 논의가 있었고, 미국은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라는 표현을 쓴다"며 "캐시 플로우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대출과 보증일 수 있고 투자일 수도 있는데, 미국이 말하는 캐시 플로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직접 지분 투자에 가깝게 주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범 실장은 "만약에 그런 의미라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이 당연히 눈에 들어왔고, 그 상황을 우리가 미국에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런 의미로 캐시 플로우를 주장한다면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며 "그 문제가 해결 안 되면 그 다음부터는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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