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정책 '화두' 부상했지만 비핵화 모호성, 로드맵 부재
- 두 국가론도 정동영 “현실 인정해야” vs 위성락 “인정 못해”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제시한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가 한반도 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반도의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 공존을 이루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모호성, 구체적인 로드맵 부재, 그리고 정부 내부의 엇박자 논란까지 겹치면서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대화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상대 체제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정책의 방향성을 국제무대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핵화를 절대적 선결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를 3대 축으로 제시함으로써 '선(先) 비핵화-후(後) 지원'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와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의 첫 단계로 기존의 '동결' 대신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동결'은 핵시설 신고와 검증이 필수적인 반면, '중단'은 핵·미사일 실험만 멈추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한 채 교류를 진행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 평화의 제스처만 취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END 이니셔티브'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두 국가론'에 대한 정부 내부의 시각 차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이후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입장이 드러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학술 세미나에서 "남북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그의 발언이 북한의 '두 국가' 논리를 일부 수용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정 장관은 25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남북은 통일될 때까지의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두 국가론'에 선을 그었다.

정동영 장관과 위성락 실장의 엇갈린 메시지는 최근 '9·19 군사합의' 복원 속도를 두고 드러난 입장 차이와 맞물리며, 정부 대북 정책의 혼선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일부에서는 이를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진영 갈등으로 해석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조화를 위해 자주와 동맹을 병행해야 한다는 정책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북한이 실제로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며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을 내놓는다. 반면 "하노이 회담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결국 'END 이니셔티브'가 한반도 평화의 현실적 해법으로 자리 잡을지는 북한의 반응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의 정책 조율 능력에 달렸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ND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정부 내 엇박자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END 이니셔티브가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혼란만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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