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협상 세부 조율·원자력협정 개정 큰 쟁점 될 전망
- 경제-안보 연계 논의…'트럼프식' 추가 요구 대비해야

 

오는 25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
오는 25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25일(현지시간) 진행된다. 이번 회담은 한국 경제와 안보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운명의 담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25일 낮 12시 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15분) 백악관에서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한 뒤 곧이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이동해 약 30분간 단독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은 백악관 출입기자단(풀기자단)에 공개된다. 회담은 양국 정상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되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석 질의응답이 생방송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오벌 오피스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낮 12시 45분부터 백악관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겸한 심층 대화를 이어간다. 이 일정은 언론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별도의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안보 양면에서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는 와중에 다양한 경제적 쟁점을 다루며, 한미 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먼저 워싱턴을 찾아 자신들의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각각 만나 사전 협의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조현 장관은 관례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고 먼저 워싱턴으로 향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지난달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세부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당시 한국은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25%→15%)를 약속받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수입을 결정한 바 있다. 대미 투자는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와 20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이차전지·원전·바이오 등 펀드 투자로 구성돼 있다. 펀드 투자의 구체적인 설계 방식과 이익 배분 구조 등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분야에서 농축산물 개방, 대미 투자 등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대부분이 대출과 대출 보증의 형태라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유럽연합(EU)의 대미 투자는 "미국이 갚을 필요가 없는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농축산물 시장의 경우도 한국은 추가 개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완전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2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합의한 자동차 품목관세에 관한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합의문을 작성하거나, 최소한 회담 결과에 대한 한미 당국의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기조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원자력 관련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요구와 미국의 원전 신규 건설 수요를 놓고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핵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고준위 폐기물 부담을 줄이고자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을 얻고자 한다. 제3국 원전 수출 때 미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요하는 협정 내용도 개정을 원한다. 이는 그동안 K-원전 수출의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 내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을 거의 짓지 않은 미국의 원전 건설 능력은 크게 약화됐다. 이에 한국 기업이 미국 원전 건설을 돕는 조건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경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조공(助攻)으로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즉 안보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 지난 관세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지불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고 동시에 안보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요구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보면 첨단기술 분야 등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서도 언제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및 중국 견제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해당 분야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 미국이 자국 내 시설 투자, 중국의 공급망 배제 등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으며, 미국의 미래기술 패권에 종속될 수 있다.

농산물 등의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미국 측이 추가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쌀·소고기 시장 개방 대신 사과 등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등을 조정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한 세부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망 사용료 부과, 방송 및 통신 투자 제한, 화학물질 관련 법규,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의약품 가격책정 등의 완화가 다루어질 수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의제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CPTPP는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기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2017년 미국의 탈퇴 후 재출범한 협정이다. 고관세 철폐 및 광범위한 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CPTPP를 둘러싼 한미 간의 쟁점은 주로 미국의 재가입 여부와 한국의 가입 시기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에 있다. 미국은 TPP를 주도했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 이후 현재까지 CPTPP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대응, 멕시코 시장 개척 등 경제적 실익과 새로운 글로벌 통상 질서 참여 등을 위해 가입을 원해 왔다.

만약 한국이 CPTPP에 미국보다 먼저 가입한다면 향후 미국이 재가입을 추진할 때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이 먼저 가입할 경우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CPTPP 협정 내용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의 가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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