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美 본토 위협 시대…"서울 위해 뉴욕 포기할 수 있나“
- "정상회담서 美 의지 표명 않으면 핵무장 허용과 다름없어"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 수호 의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을 경우, 이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사실상의 허용이나 다름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연합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 수호 의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을 경우, 이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사실상의 허용이나 다름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연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만큼 핵능력을 증대시킨 북한. 미국이 이 같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을 사실상 허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는 지난 7일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켈리 교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한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는데, 한미동맹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합의도 도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ICBM이야말로 한미동맹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며, 장차 북한 미사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현재 이동식 발사대(TEL)를 사용해 ICBM을 운용하기 때문에 전시 생존성이 높으며,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공습을 이겨내고 미국 본토 또는 해외의 미군기지에 핵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전)에서 예상 외로 고전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크게 의존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미사일 명중률 향상 기술, 탄두 대기권 재돌입 기술 등의 고급 기술까지도 이전해 주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켈리 교수는 지적했다.

북한은 이렇게 발전된 미사일 기술로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미국 본토 대부분의 지역을 매우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손에는 핵탄두가 있다. 즉,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에 맞서 전쟁을 벌일 경우 북한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본토, 그것도 인구밀집 지역에 정확한 핵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핵우산 제공을 약속한 미국에게 했다는 “미국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서 파리를 서울로 고치기만 하면 한국의 이야기가 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 미사일 위협의 증대를 받아들이고, 미국이 한반도를 계속 지킬 것임을 거듭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더 거래적인 태도를 보이며,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경멸감을 자주 표한다고 켈리 교수는 지적했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관세협상 관련 후속 논의는 물론 주한미군 역할 확대 등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북 억제력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로까지 확대하는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을 활용해 중국의 전략적 부상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대북억제도 주한미군의 전통적인 중요 임무다. 증가하는 북한 ICBM의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책을 놓고 정상회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태도를 고려하면 과연 이 자리에서 “미국에 북한 ICBM이 날아오는 한이 있어도 한미동맹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힐지조차도 불투명하다고 켈리 교수는 보았다.

만약 그러한 의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표명되지 않을 경우, 이는 결국 북핵 억제력 확보를 위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라고 켈리 교수는 밝혔다.

켈리 교수는 또한 지난 1월 외교 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했던 기고문에서도 “결국 미국은 책임있는 동맹으로써 한국의 핵무장을 막거나 허용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등의 대안도 있지만 어느 것도 한국의 자체적 핵무장만큼 억제력이 뛰어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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