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명당, 자당 대표 사이토 데쓰오 대표 지지 밝혀
- 야당 결집하면 13년 만에 '정권교체' 가능한 상황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왼쪽)가 지난 10일 일본 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연립정권 합의를 위한 회담에 나서고 있다. 공명당은 이날 정치자금 규제를 놓고 자민당과 대립하며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연합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왼쪽)가 지난 10일 일본 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연립정권 합의를 위한 회담에 나서고 있다. 공명당은 이날 정치자금 규제를 놓고 자민당과 대립하며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연합

집권 자민당과 연립하던 공명당이 26년 만에 이탈하면서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의회의 총리 지명 선거가 안갯속에 빠졌다. 공명당은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아니라 자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이 결집해 후보를 내세우면 13년 만에 정권 교체도 가능한 상황이다.

2년 전만 해도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하면 야당 협조 없이 어떤 법률도 통과시킬 수 있는 안정 다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 초 자민당 각 파벌이 정치 행사 때 받은 현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이른바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졌다.

국민의 비판 여론에도 ‘1강(强) 시대’에 취한 자민당은 정치자금 규제에 반대하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7월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연속 참패해 단독 과반을 잃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지명한다. 1차 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두 명이 결선을 치른다. 결선에선 과반 조건 없이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결과가 다르면 중의원이 우선이다. 중의원은 465석으로 233표가 과반이다. 중의원 의석은 자민당이 196석으로 가장 많고, 그동안 연립했던 공명당 24석을 더하면 220석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48석,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각각 35석과 27석으로 세 당을 합치면 210석이다. 지금까지는 세 야당이 연합해도 자민·공명당 연립을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야당이 힘을 합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세 야당 중 한 곳이라도 빠지면 자민당의 단독 의석수에 미치지 못한다. 공명당은 사이토 자당 대표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뭉치지 못하고, 공명당도 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자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취임하고, 단독 소수 여당의 정권이 출범하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과의 연립 협의가 결렬된 뒤 “의회 소집일까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단결하지 못하고, 다카이치 총재가 자민당 외 일부라도 표를 얻으면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도 최다 득표로 승리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먼저 손을 내민 곳은 국민민주당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5일 다마키 대표와 회담했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6일 신바 가즈야 국민민주당 간사장과 만났다. 다만 이는 공명당과 연립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였다.

공명당이 연립을 이탈하자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의 협력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다마키 대표는 “공명당이 빠져 우리가 정권에 참여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과 국민민주당이 연립해도 소수 여당이기 때문이다.

일본유신회도 비슷한 상황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는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우선 국민민주당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거리를 뒀다. 일본유신회는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총재 취임을 기대했다. 다카이치 총재와의 인맥은 깊지 않다.

현재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지명을 막는 시나리오는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세 야당이 다마키 대표로 결집하는 경우다. 야당에서 단일화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다마키 대표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다마키 대표나 신바 간사장은 입헌민주당과 원자력발전 등 정책 관련 간극이 메워지지 않으면 협력은 어렵다고 강조한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정책 지형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공명당이 헌법·안보에서 보수 억제 장치 역할을 해왔지만, 이탈로 보수화 억제 효과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헌법 개정, 야스쿠니 참배 등 보수 어젠다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며 “다카이치는 당당히 야스쿠니를 참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연태웅 기자 abraham.yeon@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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