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세종연구소)
              이기태(세종연구소)

2025년 9월 7일 이시바 총리가 퇴임을 표명하였다. 2024년 10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고 곧이어 내각총리대신으로 지명된 이시바는 2027년 9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었지만, 연이은 선거 패배로 자민당 내 퇴진 압박 속에 물러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 원인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 및 전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자민당 총재 선출과 함께 예상되는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

이시바 총리는 2024년 10월 자민당 총재에 취임하면서 ‘정치개혁’과 ‘당내 통합’을 내세웠지만, 연이은 전국선거 패배로 집권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었다. 그는 취임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중의원, 도쿄도의원, 참의원 등 세 번의 전국규모 공직선거에서 연속으로 패배하였다. 특히 2025년 7월의 참의원 선거 패배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이 패배 이후 자민당 내부에서는 “세 번의 선거에 연달아 패배한 총리는 더 이상 당을 이끌 동력이 없다”는 이른바 ‘스리 아웃(change)’ 규칙을 거론하며 총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와 더불어 중·참의원에서 자민당이 모두 과반을 상실하면서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이 고착되자 정권 주도력 약화와 당내 분열 조짐도 가시화됐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온적인 성과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전후 80년 총리담화 발표와 미일 정상회담 등 정책 현안을 둘러싼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최종적으로 아소 다로,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등 전직 총리와의 연쇄 면담이 끝난 뒤, 이시바 총리는 “정치공백을 만들 수 없다”면서도 지도력 상실에 대한 자각 속에 스스로 퇴진을 공식 결정하였다. 그의 퇴진은 당의 분열을 막고 정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 현황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시바 총리의 전격 퇴진 이후 갑작스럽게 시작되었으며 5명의 후보가 경합하는 다자구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재선거는 높은 인지도와 강한 당내 지지 기반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산업상과 개혁 이미지를 내세우며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2파전으로 초점이 모인다. 여기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이 출마하면서 총 5명의 경선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카이치는 전통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배경으로 강한 조직력과 보수 이슈 선점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구 아베파 중심의 보수 세력이 대거 낙선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못하면서, 당 지도부 및 실력자인 아소, 기시다의 표심 확보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이즈미는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운 젊은 세대 지지와 중도 그룹의 조직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기득권 타파, 세대교체, 정치혁신 등 시대정신을 주장한다. 하야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메시지와 온건 정책 라인,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기시다-이시바 계열과 중도 세력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외 모테기, 고바야시는 특정 정책과 계파 기반 집중 공략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자민당 총재선거와 마찬가지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다카이치-고이즈미’ 혹은 ‘다카이치-하야시’ 대결구도가 유력시된다. 최근 여론 동향에 따르면 다카이치가 아사히·마이니치 등 일부 여론조사에서 앞섰으나, 니혼TV 등에서는 고이즈미가 우세를 점하는 등, 혼전 양상과 이슈별 민심 변동이 공존한다. 최근 고이즈미 캠프의 여론조작 논란, 다카이치의 당내 고립 우려, 하야시의 다크호스 부상 등이 막판 표심에 어떤 변화를 끼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자민당 총재선거의 승자를 가름할 핵심 변수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다카이치 견제를 위해 고이즈미와 하야시가 ‘온건·개혁 연합’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만약 두 후보가 연합에 성공하면 결선 투표에서 세력 결집 효과가 극대화되어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작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도 이시바 총리는 1차 선거에서 2등이었지만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에게 역전을 거두고 총재가 되었다.

둘째, 다카이치가 결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일본 국회(중·참의원)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저지하려는 야당 연합이 결성되어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자민당 내 우려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 고이즈미 혹은 하야시를 포함하는 ‘안정형 연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셋째, 고이즈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서 ‘파격, 개혁’ 이미지를 창출해 정치개혁의 진정성과 대중적 파급력을 확보하려 하며, 이에 따라 자민당 내 변화와 개혁의 열망이 고이즈미에 대한 표심으로 작용하는지도 관건이다.

한일관계 전망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 전반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카이치, 고이즈미 두 후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상징적 ‘우파 색채’가 강하나, 이재명 정부가 역사 현안에 있어 갈등 관리 중심의 유연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다시 심각한 충돌구도로 가속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카이치가 당선될 경우 초반에는 국내 결속 강화를 위해 강경 노선을 취할 수 있으나, 실리 노선과 경제협력 확대 등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는 젊은 세대 및 중도개혁 세력 대표로서 경제·환경 등 미래협력과제를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독창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워, 한일관계도 상호 이해와 실질 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하야시 당선을 통해 기존 기시다-이시바 계열 리더십 체제가 유지될 경우, 이시바 정부 시기와 동등하거나 한층 진전된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어느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한일관계는 양국 지도부의 ‘갈등관리’ 의지, 실용적 협력, 지역질서 안정에 대한 균형감 있는 접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부의 권력구도 변화와 국내정치적 셈법이 단기적 변수로 작용하겠으나, 현안 관리 및 중장기 이익 실현에 기반한 관계 안정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부는 지도자 교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경제·안보·미래세대 교류 등 ‘실질적 논의의 장’에서 협력 기반을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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