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전략 구상 지난달 미일 국방회담서 전달
아사히 "설익은 구상 제안에 각계서 우려 목소리도"
韓 전문가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하부구조 될 우려"
일본이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통합하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미국 측에 공식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이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일본은 '원 시어터'라는 전략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등을 하나의 전구(theater)로 인식해 안보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시어터(Theater)’는 군사 작전이 전개되는 특정 지역, 이른바 전구(戰區)를 뜻하며, ‘원 시어터’는 동아시아 전역을 단일 작전 공간으로 묶어 다국 간 통합 대응을 하자는 군사전략적 개념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구상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북한·러시아의 연계 도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다자 안보 구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총리 관저 간부는 아사히에 “대만 유사시 일본도 전역에 포함되고, 북한과 러시아가 연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대응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 제안을 반기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직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이 구상을 언급하며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미·일은 물론 호주·필리핀까지 포괄하는 전략 연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이 제안에 대해 ‘성급한 정치적 선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위성 고위 간부는 아사히에 “구체적 내용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역’이라는 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위대 간부도 “방위성 내부에서조차 개념 정의나 작전 범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며 “정치적 수사만 앞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원 시어터’는 일본이 2015년 제정한 집단자위권 법제화 이후, 실질적으로 처음 떠오른 지역 개입형 전략 구상이다. 그러나 이 개념이 실제 작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헌법 해석, 법적 근거, 자위대 능력 정비 등 수많은 장벽이 남아 있다.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이 정말로 남중국해에서 자위대와 호주군이 공동 작전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이 같은 일련의 행보에 대해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의 연계를 고려한 일본의 대중국 견제책의 연장선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북한 대응에 한정하려는 한국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정세 혼란 속에서 미일동맹 간 활발한 안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미일 안보협의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안보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인 나카타니 방위상의 독특한 스타일도 작용한다는 평가도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15일 2025회계연도 방위예산이 일본 GDP의 1.8%에 해당하는 9조9000억 엔(약 98조원) 규모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