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첫 여성 총리가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의 등장은 한일 관계에 초불확실성을 예고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을 계승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외교적으로 강경한 역사관을 주도하는 행위자적 갈등 요인인 동시에,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는 구조적 협력 요인이기도 하다.
다카이치 정권에서의 한일 관계가 역사적 충돌과 안보적 협력이 공존하는 ‘양면적 공존(Bilateral Ambivalence)’ 구조가 제도화 국면으로 진입할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정교화된 투트랙 전략’을 제시한다.
한일 및 한미일 관계 전망: 대립과 협력의 이중성
1. 역사적 냉각기 심화 전망
다카이치 총리는 대표적인 역사 수정주의자로, 전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학 사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과의 역사적 마찰의 근원을 건드리는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특히 독도 문제와 관련해 각료급 인사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는데, 이는 관계 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GSOMIA 복원 및 셔틀 외교)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위험이 크다. 다카이치 정권에서는 역사와 영토 문제를 외교의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행위자적 갈등이 극대화될 것이다.
2. 안보 중심 공조의 제도화
그런데도 전면 파국 가능성은 작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다카이치가 대중국 강경파라는 점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하며, 한미일 3국은 핵 능력을 포함한 확장 억제와 정례적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엣지(Freedom Edge)” 훈련(’24년 시작, ’25년 3차례)을 통해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의 경제 정책인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는 ‘위기관리 투자 및 재정확대’에 중점을 두고 첨단 기술(AI, 반도체)과 국방력 증강에 국가 주도 투자를 집중한다. 이는 일본이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서 한국과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방산 수출 시장에서 치열한 전략적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중적 구조를 형성한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공통의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며, 대미 정책을 사전에 조율해야 할 전략적 필요성을 강제한다.
우리의 전략적 대응: 정교화된 투트랙 전략
대한민국은 역사·영토 문제와 안보·경제 실익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여 관리하는 ‘정교화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1. 대일 외교 전략: 원칙 고수와 ‘정치적 비용’ 부과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비타협적인 원칙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핵심은 일본의 도발이 다카이치 정권에 실질적인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초래하도록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 도발 발생 시 즉각적으로 경제 안보 회의를 소집하고 핵심 품목의 공급망 다변화 가속화를 발표하는 등, 정치적 마찰이 일본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명확히 하여 다카이치 정권의 국내 정치적 입지에 부담을 주어야 한다.
2. 경제 및 안보 전략: 주도권 확보와 독립성 강화
구조적 제약을 활용하여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 전략적 독립성 확보: 2019년 일본 수출 통제의 교훈을 완성해야 한다. 다카이치 정권의 일본 중심 공급망 구축 움직임 에 대비하여 핵심 반도체 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완전히 해소하고 국내 내재화 노력을 완료해야 한다.
∙ 3자 협력의 주도: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내에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동맹 정책 변동성에 대응하여 방위비 분담 등 주요 대미 현안에서 일본과의 공동 협상 전략을 사전에 조율하고, 3자 공조의 운영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정교화된 투트랙 전략만이 다카이치 시대의 복잡한 외교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안정적으로 수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다. 원칙은 더 단단히, 이익은 더 영리하게 역사와 안보·경제를 분리 관리하며, 한미일 3자 프레임에서 한국이 운영 주도권을 잡는 것이 다카이치 시대의 최적화된 전략이다.
* 필자 소개 *
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로서, 사단법인 미래학회 기획이사와 미래군사학회 사이버/네트워크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다. 『비대칭성 기반의 한국형 군사혁신』,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 중층적 구조의 기원』 등 저술. 『국방환경과 군사혁신의 미래』 공저. 한미일 안보협력,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 미래 전쟁과 대한민국의 미래 담론을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와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