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월 만의 최대 규모…종전 앞두고 우크라 압박 목적
- 北 미사일 사용 정황…젤렌스키, "북러간 범죄적 야합"

 

24일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키이우 시내가 불타고 있다./우크라이나 방재당국
24일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키이우 시내가 불타고 있다./우크라이나 방재당국

러시아가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러우전 종전 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목적이다. 러우전의 조속한 종결을 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4일 새벽(현지시간)에 러시아는 미사일 70발과 드론 145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주요 목표는 키이우였다. 우크라이나 방재당국은 “러시아가 키이우 시내 13개 지점을 타격했다”며 “타격 지점 중에는 주택과 민간 인프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인명 피해는 “사망 12명, 부상 90명으로 파악됐으며 잔해 속에 갇힌 사람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33명이 죽은 키이우 공습 이래 사상자 면에서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하르키우의 주택 지역은 밤새 2회의 미사일 공격을 당해 주민 2명이 다쳤다. 키이우 서쪽에 있는 지토미르 지역에서도 공습으로 1명이 부상당했고,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공사에서도 공습으로 2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공습의 목적은 종전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 등을 포함한 종전안을 제시하고,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판에 현실적인 위협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루스소셜에 쓴 글에서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은 좋지 않은 시기에 일어난 불필요한 행동”이라며 “블라디미르, 멈춰! 한 주에 전사자만 5000명이야! 종전을 성사시키자구!”라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습을 계속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보다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다.

공습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이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도 미국은 러시아에 전혀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는 2021년 완공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로 멈춰서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종전 논의의 하나로 노르트스트림-2를 비롯해 유럽 내 다른 러시아 자산에 대한 제재 해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제재가 해제된다면 트럼프에게는 큰 외교적 양보, 푸틴 대통령에게는 큰 외교적 성과가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습을 러시아의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공격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우크라이나로 즉각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습에는 북한제 탄도미사일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북한 간의 범죄적 야합 관계가 더욱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이 미사일이 화성-11가(서방측 분류 명칭 KN-23)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1톤 무게의 탄두를 탑재, 동급의 러시아 미사일보다 더욱 화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항공우주, 미사일, 로켓연료, 화약 생산시설에 지상, 공중, 해상발사 고성능 장거리 무기로 대규모 정밀 공격을 벌였다” 면서 “모든 표적을 명중시켜 공습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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