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등 대인지뢰금지협약 동시 탈퇴…내년 초 발효
- 한국형 DMZ가 러 국경에…설치·유지·해체에 큰 비용

 

지뢰지대 표식. 러우전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인접국들이 국경에 지뢰지대를 설치하고자 대인지뢰금지협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탈퇴하고 있다./연합
지뢰지대 표식. 러우전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인접국들이 국경에 지뢰지대를 설치하고자 대인지뢰금지협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탈퇴하고 있다./연합

우크라이나를 비롯,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여러 나라들이 대인지뢰금지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마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전)을 종결짓는 방법 중 하나로 양국간 한국형 비무장지대(DMZ) 설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러시아 인접국들의 대인지뢰금지협약 탈퇴는 이를 동유럽 전역에 확장시켜 신냉전 ‘철의 장막’ 설치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대인지뢰금지협약은 문자 그대로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이전을 금지하고 기존에 생산 및 매설된 지뢰도 모두 폐기한다는 내용의 국제 조약이다. 매설된 후에도 수십년간 기능을 유지하며 무차별 살상을 할 수 있는 대인지뢰의 폐해를 없애려는 취지다.

다만 대인지뢰 중에도 원격조종 격발식 지뢰, 매설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무력화되는 지능형 지뢰 등은 금지되지 않는다. 1999년부터 발효됐으며, 현재 166개국이 가입해 있다. 굴지의 무기 생산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도 안보 상황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이 협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탈퇴를 진행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인지뢰금지협약 탈퇴 법안에 서명하고, 유엔에 탈퇴를 통보했다. 핀란드는 지난 7월, 발트 3국과 폴란드는 지난 6월 유엔에 탈퇴 통보했다. 탈퇴는 통보 후 6개월이 지나면 발효된다.

이는 러우전 종결을 넘어서, 유럽 신냉전의 본격적인 구체화 징후로 여기는 분석도 있다. 이 나라들은 모두 러시아 또는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러우전 종결 방안으로 양국 전선에 한국형 DMZ를 설치하자는 안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한때 나토 국방투자부 군비부문 부국장을 지낸 리처드 윌리엄스 미 육군 퇴역 대령은 “러우전의 확실한 종결을 위해 미국도 러시아도 믿을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것만이 가장 확실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수단”이라고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포스트에 밝혔다.

한반도의 DMZ는 대규모 지뢰지대로 보호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도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대비해 국경 지역에 지뢰를 대거 매설할 계획을 적극 추진 중이고, 대인지뢰금지협약 탈퇴는 이를 위한 포석인 것이다.

이들이 한국 DMZ를 모델로 삼아 지뢰지대를 건설할 경우 천문학적인 유무형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한국 DMZ의 길이는 250km인데, 여기에 매설돼 있는 지뢰는 한국측 127만 발, 북한측 80만 발로 추산된다.

이 중 주요 취약 지역에는 약 1.5~2km 너비의 띠 모양 지뢰지대가 있으며, 이 지뢰지대는 철책, 사격 진지, 감시 체계로 보강돼 있다. 가장 지뢰 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1㎢당 무려 1만2000발의 지뢰가 있기도 하다.

전선 또는 국경선의 주요 취약 지역에 한국과 비슷하게 2km 너비의 지뢰지대를 구축하려고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600만~2400만발, 폴란드는 500만~1000만발, 발트 3국은 1000만~1440만발, 핀란드는 960만~1440만발의 지뢰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 언론 에스프레소는 내다봤다. 이러한 지뢰지대는 감시 체계, 신속 대응 부대, 명확하게 정의된 교전 규칙 등으로 이뤄진 다층적 시스템에 통합될 경우 효과적인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뢰지대가 오랫동안 제거되지 않고 유지될 경우, 추가 비용이 요구될 수 있다. 지뢰도 산사태 등으로 위치 이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뢰 매설 위치를 면밀히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역시 이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한 대인지뢰금지협약에서 탈퇴한 데 따르는 외교적 부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국경 및 휴전선의 안보 상황이 변할 경우 지뢰지대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아울러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후의 지뢰 제거에도 큰 비용이 들 수 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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