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임대 아닌 무상 공여…美, 경제적 이익 불확실
- 中 견제 의지 표현일 수도, 외무부 "해당 요청 없다"

 

경기 동두천의 주한미군 기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달라는 전례 없는 요구를 했다./연합
경기 동두천의 주한미군 기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달라는 전례 없는 요구를 했다./연합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이한 요구를 했다.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 요구의 실현 가능성 및 함의를 놓고 논의가 뜨겁다.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돌연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이전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는 땅을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한국은 땅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땅을 주는 것과 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미국이 소유권을 가진다면) 굉장히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엄밀히 말해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 기지 부지는 한국이 미국에 빌려준(임대) 것이 아니라 무상 공여한 땅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2조가 근거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서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의거, SOFA 제2조는 “미국은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 “미국이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은 본 협정의 목적을 위하여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한국 헌법이 장애물이다.

한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휴전선 이북도 한국 영토로 선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국에 영토 일부를 이전하는 것은 국가 주권의 핵심 요소인 영토를 훼손하는 행위로 여겨져 한국 내부의 큰 반대를 불러올 수 있다.

설령 주한미군 기지 부지가 미국에 넘어간다고 해도, 이로 인해 생길 경제적 실익도 분명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이 미국에 넘어간다고 미국이 비용을 줄일 수는 없다. 미국의 해외 기지 중 해당국에서 소유권을 이전받은 곳은 아직 없다. 그리고 해당국에서 임대한 땅에 대해서는 부지 임대료를 낸다.

심지어 미국의 적성국 쿠바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대해서도 쿠바 혁명 이전 구(舊) 쿠바 정부와 체결한 협정에 의거, 현 쿠바 공산 정권에 매년 임대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기지 부지는 임대가 아닌 무상 공여 상태인 만큼 어떤 임대료도 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이전이 오히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더욱 강화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 상태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무력 공격은 미국의 인원 및 장비에 대한 공격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기지 부지가 미국에 넘어간 이후에는 미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 된다. 그 만큼 미국이 더 엄중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영토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땅이어서 해외 파병 등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권 이전을 거론한 것은 '복선'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안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려는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기준 연 1조4000억원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3조7000억원(100억 달러)으로 대폭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거론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영구 주둔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경쟁 국가며, 주한미군은 그런 중국에 가장 가까이 주둔하고 있는 해외 미군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주한미군을 가장 빠른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말하는 '한반도 항모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증대' 등과 궤를 같이 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 상태를 무상 공여가 아닌 유상 임대로 착각해 말한 단순 해프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27일 “미국 측의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이전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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