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 협정 어기고 침략 계속…러시아도 그럴 수 있어"
- "美 협상력에도 의문…전문성 있는 외교 관료 교체"

 

현재의 상황이 1938년 뮌헨 협정 당시와 비슷하다며,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이 러우전 종식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 도널드 헤플린 교수./유튜브 캡처
현재의 상황이 1938년 뮌헨 협정 당시와 비슷하다며,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이 러우전 종식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 도널드 헤플린 교수./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된 의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다. 현재까지 전쟁의 또다른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참여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베테랑 외교관 출신 미국 대학 교수가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1987년부터 35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고, 은퇴 이후 터프츠대학교 플레처 스쿨에서 강의하는 도널드 헤플린 교수는 지난 11일 더 컨버세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러시아에 대한 양보는 추후 침략의 발판을 만들어 줄 뿐이라고 보았다.

그는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에게 양보하고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으며, 미국이 종전을 강요하는 형국이라고 보았다. 문제는 현재도 강대국인 러시아는 미국의 말을 쉽사리 들을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헤플린 교수는 1938년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간 체결된 뮌헨 협정이 현재와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은 체코슬로바키아에 사는 독일계 주민들이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이들이 많이 사는 주데텐란트만 독일에 넘겨 주면 된다고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나머지 체코슬로바키아 영토를 독일로부터 지켜주겠다며 안전보장을 해 줬다. 그리고 당사국인 체코슬로바키아의 동의도 없이 히틀러 총통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데텐란트는 독일에 넘어갔다. 하지만 히틀러 총통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곧이어 체코슬로바키아 전토를 합병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에 맞서 안전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히틀러 총통은 이후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전 유럽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현재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에도 우크라이나의 자리는 없다. 그리고 푸틴대통령은 1938년의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군대를 갖춘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의 원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1994년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도 안전보장을 해주었지만 2014년, 2022년에 러시아가 침공할 때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헤플린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는 것이다. 헤플린 교수는 또한 미국의 협상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협상은 사실 국가 원수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휘하의 전문가들이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기존의 전문성 있던 외교 안보 관료들이 많이 교체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저하됐다는 것이 헤플린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그 증거로 이번 정상회담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회담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번의 미러 정상회담은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양국 국가 원수가 만나서 결정을 내리는 것 뿐이고, 이 결정이 과연 타당한지,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설령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어떤 종전안에 합의한다고 해도, 과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실시하지 않은 전례로 보건대, 이것이 실시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육로로 연결돼 있고, 러시아는 현재 획득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할 생각이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 역시 빼앗긴 영토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러시아가 더 이상 침략하지 않는다고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가?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긴 서방의 말을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헤플린 교수는 다른 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이번 정상회담은 어떤 형태의 성명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까지는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결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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