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권 전환도 국방장관 보증해야…'예산 묶기'보다 약해
- 의회, 줄곧 주한미군 존치 주장…트럼프 거부권 기각시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에 국방부 장관의 보증 없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이다.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한 다음 상·하원이 단일안을 만들어 재의결하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 법률로 확정·발효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NDAA 요약본은 "한반도에서의 미국 군사 태세의 축소나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보증하기 전까지 그런 조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전작권 이양 등을 하자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 축소와 전작권 전환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독자적인 평가를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국방부 장관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일 상원 군사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26표, 반대 1표로 통과했다.
역대 NDAA 법안에는 주한미군 유지에 대한 미국 의회의 일관적인 지지가 나타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이던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2025회계연도 NDAA는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그런 노력에는 "한국에 배치된 2만8500명의 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상호방위 기반 협력을 향상하며,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주한미군 규모 유지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에도 주한미군 규모를 명시했는지는 최종안이 공개돼야 확인 가능하다. 다만 이번 법안의 요약본 내용은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컸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NDAA와 유사하다. 당시 미국 의회는 2019~2021회계연도 NDAA 법안에 주한미군 규모를 명시하고,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당시에도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역내 미국 동맹의 안보를 크게 약화하지 않으며, 한국 및 일본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사실을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보증한 경우에 가능하다는 조항을 달았다. 다만 당시 법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을 실제로 막는 역할을 한 것은 국방부 장관의 보증이 아닌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이었다.
이에 예산 사용 금지와 같은 실질적인 제어 장치 없이 국방부 장관 보증 여부만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결정할 경우 이는 오히려 의회가 주한미군 감축의 길을 열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후 동맹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면서 NDAA에서 사라졌다. 미국 의회는 2022회계연도부터 NDAA에서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현재의 주한미군 규모를 적시하는 방식으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NDAA도 대통령 서명을 받아야 발효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NDAA는 대통령의 반대 의견과 함께 의회에 이송된다. 이후 의회는 거부권을 기각할 기회를 갖는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하려면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 성공하면 해당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 없이 법률로 발효된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중에 2021회계연도 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가 거부권을 기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유일하게 거부권이 기각된 사례였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