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F 25-2 일환…월남전 후 처음 있는 일
- 태평양 억제 구상 따라 中 도발 억제 목적

 

지난 15일 일본에 배치된 미국 B-1B 폭격기 2대가 한국 공군의 F-16, F-35와 함께 비행하고 있다./대한민국 공군
지난 15일 일본에 배치된 미국 B-1B 폭격기 2대가 한국 공군의 F-16, F-35와 함께 비행하고 있다./대한민국 공군

미국이 '랜서(창잡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B-1B 전략 폭격기 2대를 일본에 전진 배치했다. 해당 기종 최초의 일이다. 또한 베트남 전쟁 이래 처음으로 미국 전략 폭격기가 일본에 배치된 사례다.

이 폭격기들은 제9원정폭격비행대대 소속이다. 폭격기 임무 부대 순환 배치(BTF) 25-2의 일환으로 미국 본토 인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를 출발, 지난 15일 오전 5시(현지시간) 일본 미사와 기지에 도착했다. 현재 인도양 상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도 미국 B-2 폭격기 6대가 배치돼 있어 인도 태평양 지역의 미군 폭격기 전력은 매우 강해졌다.

이 폭격기들은 일본 도착 당일 미군 및 한국군 전투기들과 함께 오산 공군기지를 포함한 한반도 서부 상공을 비행했다.

미 공군이 2018년부터 시작한 BTF는 그 이전의 폭격기 순환 배치에 비해 한 기지에 배치되는 폭격기 수는 적어졌지만 기간은 최소 수 주~수 개월로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승무원을 해당 전구에 숙달시키고, 해외 동맹국과의 연합작전 능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그럼으로서 미 공군의 전략 항공력을 적이 예측 불가능한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과거 BTF에서는 인도 태평양 전구의 경우 통상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앰벌리 기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일본 미사와 기지에 폭격기를 배치함으로서 적 위협을 억제하고 지역 안정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제9원정폭격비행대대의 작전장교 크리스토퍼 트래블스테드 중령은 밝혔다.

미 공군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월에도 B-1B 폭격기를 일본 미사와 기지에 보내 신속 급유 훈련을 진행했다. 신속 급유 훈련은 착륙한 항공기가 엔진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재급유 및 재무장, 승무원 교체를 실시하는 훈련이다. 착륙 후 재출격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목적으로 이번의 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B-1B는 신 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으로 인해 핵무장 기능은 제거됐다. 그러나 AGM-158C 스텔스 장거리 대함 미사일을 24발 탑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최대 56톤의 다양한 공대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최대 1만2000km, 속도는 최대 마하 1.25에 달한다.

일본 혼슈 북쪽에 있는 미사와 기지에 B-1B를 배치하면 기지 주변 2.6억 평방킬로미터 면적에 대해 항공 작전이 가능하다. 미사와 기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는 약 800㎞, 북한 청진, 중국 옌볜과는 약 1000㎞ 떨어져 있다. 

이 기지에서 출격하면 40분 이내에 북한, 러시아,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도 타격 가능하다. 괌 앤더슨 기지에서 평양까지 약 2시간이 걸리는데 비하면 훨씬 신속한 대응이다.

따라서 이번 B-1B의 미사와 배치는 미국의 태평양 억제 구상(PDI)에 따른 장거리 타격 자산의 전진 배치의 일환으로 읽힌다고 미국 군사 매체 ‘더 워 존’은 평했다. 중국은 일본과 대만·필리핀을 잇는 중국 본토 근해를 가로지르는 선인 제1도련선 내 바다에 대해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중국은 더 나아가서 괌과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잇는 제2도련선도 설정, 해상 패권을 확장하고자 하고 있다. 이 제1·2도련선에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PDI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B-1B 폭격기의 일본 배치 숫자가 더 늘어날지, 앞으로 얼마동안 주둔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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