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매체," 러군 선전 넘쳐나, 경제적 이유로 입대"
- 선전과 다른 참혹한 현실…"절대 참전하지 말라"

지난 14일 기자회견장에 나온 러시아군 소속 중국인 용병 포로들. 왼쪽이 장런보, 오른쪽이 왕광준이다./키이우 포스트
지난 14일 기자회견장에 나온 러시아군 소속 중국인 용병 포로들. 왼쪽이 장런보, 오른쪽이 왕광준이다./키이우 포스트

러시아군 소속으로 싸우다가 우크라이나군에 포획된 중국인 용병 2명의 기자회견이 지난 14일(현지시간)에 열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들 포로의 포획 사실을 밝히면서 150여 명의 중국인 용병이 러시아군에서 복무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 포로들의 신병을 책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주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러시아군 입대 동기와 전쟁 체험을 밝혔다.

포로들의 이름은 왕광준(王廣軍, 34세), 장런보(張仁波, 27세)다. 두 명 모두 도네츠크에서 포획됐다. 또한 러시아군 입대 이전에 군대나 경찰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었다.

왕광준은 중국에서 재활치료사로 일하면서 아내 및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했고, 다른 직업을 찾다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 러시아군 선전 영상을 보게 됐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러시아군을 찬양하고 선전하는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국영언론에서도 중러간의 우호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군인의 대우가 어지간한 민간 직업보다 좋다. 군대에 가면 공산당에 입당해 특권층이 되기도 쉬워진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군인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선전에 따르면 러시아군에는 다수의 부상자를 위한 재활치료사도 필요하며, 재활치료사는 전투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과거의 직업 경험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입대 장려금으로 2만1000달러, 월급으로 2400달러를 지급한다고도 선전했다. 어지간한 중국인 소득을 까마득히 넘는 금액이다. 그래서 왕광준은 모스크바로 가서 러시아군에 지원 입대했다.

장런보는 상하이의 소방관이었다. 마침 그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부업을 찾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 여행 중 러시아군 용병이 돼 건설 현장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고 입대했다.

하지만 러시아군 병영에 발을 들이자마자 얘기는 달라졌다. 러시아군은 그들을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선전에서 한 약속은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그들을 전투 현장으로 내몰았다.

왕광준에 따르면 어디를 가더라도 실탄이 장전된 소총을 든 러시아 병사가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병영에서 지낼 때는 물도 전기도 공급받지 못했다. 식사도 1~2일에 1회만 지급됐다. 새벽 4~5시까지 밤새 근무를 세우고 나서 식사는 생쌀 한 줌만 지급받기도 했다. 그는 도네츠크에 배치된 지 3일 만에 포획됐다.

장런보는 올해 1월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불과 6일 동안 군사훈련을 받았다. 이후 도네츠크로 이동했다. 그는 도네츠크에 도착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 말에 포획됐다.

장런보는 부모님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러시아군에 입대해 죄송하다며 러시아군 입대 결정을 지금 가장 크게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가 접한 전쟁터의 실상이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협력할테니 꼭 고향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왕광준 역시 러시아의 대중(對中) 선전 내용을 비판하면서 중국인들에게 절대 러우전에 참전하지 말라고 했다. “러시아의 선전은 모두 거짓말이다. 나는 그 사실을 첫 전투를 치러 보고서야 알았다. 러시아군은 결코 선전만큼 강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군도 선전만큼 약하지 않았다. 우리와 상관 없는 이 전쟁에 절대 참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왕광준은 러시아군이 항복할 때 행동요령을 가르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외국인 용병들이 항복하거나 포획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그리 진지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았다. 대신 우크라이나군에 포로가 될 경우 가혹행위를 당한 후 살해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러시아의 중국인 용병 운용은 이미 이 사건 이전부터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도 뎬위잔(監獄長)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용병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러우전에서 전사했다는 중국인 150여 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파병된 북한군도 만나보았다는 경험담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이것들이 모두 개인의 일탈일 뿐 중국군을 러우전에 공식 파견한 적도 없고, 국민들에게 러우전 참전을 권하지도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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