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러 농업 제재 해제가 전제 조건…美 지원 약속
- 에너지 분야 30일 부분 휴전안 이행 조치도 합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 중단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흑해상에서의 안전 항해가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이 ‘흑해 휴전’의 구체적 발효 시점과 이행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농업 분야의 제재 해제를 흑해 휴전의 조건으로 내걸었고, 미국은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유럽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화 통화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과 흑해 항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어 미국 협상단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잇달아 만나 이번 합의를 중재했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지난 23∼25일 리야드에서 진행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미러 실무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에서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의 성명에는 상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위한 적절한 통제 조치를 수립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며 미러간 합의를 자신들도 수용했음을 밝혔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호 에너지 시설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한 ‘30일 부분 휴전안’의 이행 조치 마련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30일 부분 휴전안은 최근 미러 양국 대통령간 전화 통화로 협의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하지 않은 채 내탓 네탓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크렘린궁은 추가로 발표한 성명에서 공격 유예 시설에는 정유공장과 저유시설 등 석유·가스관 시설, 발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생산·송전 시설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30일 부분 휴전의 시작 시점은 지난 18일부터로 합의됐으며, 합의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수 있지만 한쪽이 공격 중단을 위반하면 다른 한쪽은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백악관과 크렘린궁,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번 합의 이행을 도울 제3국의 중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하지만 러시아는 합의 이행에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러시아 농업은행, 선박, 식품 생산·수출업자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식품·비료 관련 러시아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시스템을 다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은 “미국은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농산물과 비료를 다시 수출하고 해상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항구 및 결제시스템 이용 재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대러 경제제재 해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며, 러시아 압박 강화라는 서방의 정책을 명백히 번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흑해 휴전이 전면 전투 중단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 구체적 시작 일시와 이행 방식 등이 불확실한 상태인 점도 지적했다.
이에 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방송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흑해곡물협정의 재개야말로 이번 미러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고 밝혔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우전 중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농산물을 안전하게 수출하기 위해 2022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협정 내용 중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 수출 보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2023년 7월 협정을 파기했다. 특히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제재가 농산물 수출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해당 협정을 재개하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협정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