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월 23일 도쿄에서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교도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월 23일 도쿄에서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교도 연합뉴스

2025년 10월 24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내각총리대신이 취임 후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납치문제를 "내각의 최중요과제"로 규정했다. 28일에는 방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요코타 사키에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하며 해결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트럼프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며 "미국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가 납치 문제 해결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정권의 짧은 임기는 납치 문제에 구체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2025년 9월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하고,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당선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10월 21일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한 다카이치는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확고한 보수주의 성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취임 직후부터 다카이치는 납치 문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10월 24일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그는 납치문제를 "내각의 최중요과제"로 규정했다. 이는 전임자들의 표현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지만, 다카이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0월 23일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다카이치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총리가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교착된 북일 관계에 새로운 시도를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지지를 배경으로 한다. 10월 28일 도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요코타 사키에를 비롯한 가족들과 면담한 트럼프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이 들고 있던 사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얼굴들을 모두 기억한다. 미국은 끝까지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의 세 번째 납치 피해자 가족 면담이었다. 첫 집권기인 2017년 11월과 2019년 5월에 이어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이번 방문을 앞두고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때 납치 피해자 가족 면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정권의 대응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가 납치 문제를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로부터 납치 시인과 사과를 끌어낸 이후 23년 만에, 새로운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북한은 2024년 3월 이후 모든 접촉을 거부하고 있으며, 납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화 제안이 북한의 응답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북한은 다카이치의 보수 성향과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문제 삼아 대화를 더욱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 절박한 것은 시간이다. 요코타 사키에는 89세로, 유일하게 생존한 납치 피해자 부모다. 메구미는 2025년 기준 61세가 됐다. 다카이치가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경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납치 문제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일본 국내 정치도 변수다. 다카이치는 공명당의 연정 이탈 후 일본유신회와 새로운 연립정권을 구성해 총리에 올랐다. 소수여당으로 출발한 다카이치 정권은 야당의 견제 속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 타협(예: 제재 완화, 경제 지원)을 시도할 경우, 국내 보수층과 가족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결국 다카이치 정권은 이시바가 남긴 과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문이 열리지 않는 한 의미 없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 47년간 지속된 이 비극이 다카이치 정권에서 해결될 것인가? 그 답은 평양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평양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김현중(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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