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관세폭탄 맞은 印, 중러와 관계 강화 가능성
- 中 라이벌 印 활용한 美의 대중 견제 차질 빚나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자리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맨 오른쪽)./연합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자리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맨 오른쪽)./연합

인도와 중국은 지난 2020년 히말라야 국경 분쟁 지역에서 군사 충돌을 빚은 이후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면서 관계 완화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018년 6월 이후 7년 만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하면서 관세를 무기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다. 이란, 인도, 파키스탄, 벨라루스가 추가로 가입하면서 현재 10개국으로 구성된 SCO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다극화하려는 것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올해 SCO 정상회의가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중국 견제의 최첨병으로 간주하는 인도의 달라진 입장 때문이다. 미국과 인도간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대해 지난달부터 25%의 상호관세,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 구입을 이유로 25%의 이른바 2차 관세까지 더해 50%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다자 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협의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인도태평양 사령부, 인도태평양 전략 등의 명칭에서 보듯 인도는 근년들어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특별히 공을 들여온 나라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구매국이 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가졌다. 그럼에도 인도에 대해 직접 제재의 '채찍'을 드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던 것은 중국 견제에 따른 셈법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도를 '관세 카드'로 몰아세우면서 이번 SCO 정상회의는 인도 입장에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우리는 중국-러시아 쪽과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무대가 됐다.

실제 인도를 포함한 SCO 10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서명한 '톈진 선언'의 내용을 보면 미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담고 있다. 

선언문에서 회원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일방적이고 강압적 조치에 반대한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식량·에너지 안보 같은 국제 안보 이익을 저해하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런 선언에 인도가 가세한 것은 미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아울러 모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인도와 러시아간 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자 기사에서 이번 SCO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 러시아, 인도 정상이 손을 잡고 협력을 약속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단결의 표현으로 세계적 문제에 대한 그의 비(非)정통적 접근 방식이 직면한 도전을 강조한다"고 진단했다.

WSJ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디 총리, 푸틴 대통령이 서로 포옹하거나 악수하는 등의 세심히 조율된 이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끊으려 시도하고,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않도록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인도에 대한 압박을 거두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제 인도는 자기들의 관세를 없애겠다고 제안했지만 늦다. 인도는 수년 전에 그랬어야 했다"면서 "인도는 원유와 군사 제품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사고, 아주 조금만 미국에서 산다"고 비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인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에너지를 대량 구매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 압박 카드를 사실상 거둬들였기에 러시아 압박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미국 안팎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오는 3일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북중러 3국 정상이 협력 강화의 모양새를 연출할 경우, 그것 역시 러우전 종전 외교의 공전 상황과 맞물리며 '트럼프 외교'의 난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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