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본토 타격 가능 전략 무기 다수 등장 예상돼
- 시진핑 옆 북러 정상…3국 반미연합 단결 과시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중국산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 DF-41과 이동식 발사대.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 같은 첨단 무기들을 대거 선보여 미국과의 경쟁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중국 인민해방군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중국산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 DF-41과 이동식 발사대.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 같은 첨단 무기들을 대거 선보여 미국과의 경쟁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중국 인민해방군

오는 3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린다. 일본이 1945년 9월 2일 미국에 정식 항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됐다. 중국은 일본의 항복일 다음 날부터 전쟁에서 승리한 새 시대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매년 9월 3일을 전승절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열병식은 자기 나라 군대의 위용을 대내외에 보여줘 잠재 적국들의 침략 및 도발 의도를 좌절시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21세기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열병식은 45개 제대 2만2000명의 병력이 참가할 예정이다. 2015년 1만2000명의 병력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태평양 주둔 미군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도 타격 가능한 자국산 최신 무기들을 선보여 자신들이 미국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세계적 패권국임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열병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인 우쩌커(吳澤棵) 중국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에서는 과학기술 발전 및 전쟁 형태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 전쟁에서 싸워 이길 중국군의 강대한 능력을 보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런 능력을 지닌 장비들 중에서 특히 열병식에 내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대함탄도미사일, 무인전투체계(무인 항공기 및 잠수정)가 있다.

중국산 ICBM 중 최신형은 DF-41이다. 지난 2019년 열병식에서 첫 공개됐다. 최대 10개의 탄두를 탑재, 미사일방어체계를 뚫고 다수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이동식 발사대(TEL)를 사용, 발사 위치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 정찰 및 선제 타격이 어렵다. 사거리는 최대 1만5000km로 추정된다.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

극초음속미사일로는 YJ-15, YJ-17, YJ-19, YJ-20 등이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모습을 보였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대기권 내 순항 속도가 마하 5 이상이며, 포물선 궤적으로 날지 않고 비행 중 경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이들은 현존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태평양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나 주요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대함탄도미사일 DF-21D, DF-26B 등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들은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대함탄도미사일이다. 각각 2000km, 4000km의 사거리를 갖추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괌,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물론 이동하는 항공모함 전단도 괴멸시킬 수 있다. 미 해군의 중국 연안 접근을 막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시대에 맞게 인공지능(AI) 무인체계 역시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초대형 무인 잠수정의 등장이다.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러시아의 원자력 무인 잠수정 ‘포세이돈’과 비슷한 초대형 무인 잠수정이 포착됐다. AJX002라는 이름의 이 무인 잠수정은 길이 20m로 원자력 추진 및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없는 수중으로 은밀 기동해 미국 본토에까지 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특히 잠수함 전문가인 H.I. 손튼은 지난달 16일 미 해군 전문지 네이벌 뉴스를 통해 “싼야(三亚) 해군기지와 서해 다롄(大連) 인근에서 시험 운행이 관측된 기종과 유사하다”며 AJX002가 향후 서해에서 실전 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무기들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한 것은 중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제 무기 또는 그 복제품이나 기술 집약도가 낮은 무기를 열병식에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수입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첨단기술을 사용해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함께 반미 경쟁을 수행하는 동맹국들, 특히 북한·러시아와의 우의도 이번 열병식을 통해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설명하며 “중국 측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오른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좌석 배치가 실현된다면 국제사회에 북중러 3국의 결속을 강력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는 물론, 국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지 의사가 표명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두 정상의 중앙에 위치함으로서 중국이 이들 3국 반미연합의 중심축이자 주도자임을 주장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앞으로의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 정세에까지 큰 족적을 남길 중요한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국제정세 역학관계를 드러내듯 미국과 일본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 외교 사절을 일절 보내지 않았다. 열병식 직전에 끝나는 상하이 협력기구 회의에 출석하는 인도, 이집트, 튀르키예 등의 정상들도 전승절 열병식에는 불참하기로 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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