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정상회담서 파병 북한군 논의 가능성
- 트럼프, 푸틴에 북미대화 관심 표명할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며 러우전 종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며 러우전 종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화 통화에서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3년 6개월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를 찾는 자리인 만큼 북한 문제가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현재 김정은 위원장과 사이가 가장 돈독한 외국 정상인 푸틴 대통령이 만난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언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크렘린궁은 1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이 이번 통화에서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러우전에 파병한 만큼 푸틴 대통령이 종전과 관련한 구상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투병 1만1000여명, 올 초 3000명 이상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했다. 지난 6월 에는 6000명 추가 파병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철수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때 '러시아를 위한 북한군 파병' 문제도 논의하냐는 질문에 "대화에 참여하는 두 정상을 제외하면 당연히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가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만약 러우전과 별도로 북한 문제가 언급된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최근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인 만큼 그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안부를 묻는 식으로 북미 대화에 관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굳이 먼저 나서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에게 북한은 큰 카드"라며 "푸틴이 먼저 나서 트럼프에게 '북한과 이야기해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인식하는 한반도 정세의 위협 요인과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 등을 전할 가능성은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전제로 미국에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경우 핵 군축이나 군사적 충돌 위험 관리 등 다른 목적의 대화에는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러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앞으로 접촉을 더욱 긴밀히 해나가기로 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뒤 김정은 위원장에게 결과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다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지난 2018년 대북특사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해온 한국의 위치를 러시아가 대체할 수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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