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국방비 이행 의문…현행 2% 목표 이행도 '미달'
- 법적 구속력 없어…나토 갈등 부추기는 요인 될 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압박에 10년 내 국방비를 사실상 2.5배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나토와 주요국 정상들은 '역사적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대다수 회원국의 이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채택된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32개국은 2035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 최대 1.5%는 인프라 보호 등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간접적 비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산술적으로는 현행 국방비 목표치인 GDP 2%와 비교해 2.5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이달 초 채택된 새로운 전력증강 계획이 증액 명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 수치에 맞췄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나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31개국 가운데 국방비 2%를 넘긴 회원국은 23개국이다. 2014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2% 목표에 합의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미달' 회원국이 8개국이나 된다. 나토는 올해 말이나 돼야 모든 회원국이 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국방비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요국은 일단 '문제 없다'고 공언했다.
독일은 현재 2.4%인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029년 3.5%로 늘릴 계획이다. 동서냉전 시절인 1975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 계획대로면 직접 군사비를 기준으로 달성 시한을 나토 합의보다 6년 앞당길 수 있다.
영국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해 기준 2.3%인 국방비를 2027년 간접비 포함 4.1%로 늘려 2035년 5%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국방비가 GDP 대비 1.5%에 그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역시 5% 증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회원국들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새로운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나토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도 자국은 3.5%가 아닌 2.1%만 지출하고도 나토 전력증강 계획을 충족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우리도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5%가 쉽지 않은 목표지만 동맹으로서 합의한 것"이라며 "산체스 총리 말대로 3.5% 지출이 필요한 구매를 2.1%에 해낸다면 그는 천재"라고 꼬집었다.
대내외적 경제 여건도 이행의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동맹을 가리지 않는 새 관세 정책을 잇달아 발표해 유럽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정도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첫 주재 회의이기도 하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탈을 막기 위해 '5% 설계안'을 직접 고안했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거스르지 않는 데 치중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