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잠시 잠잠하였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발표한 외교·안보 공약에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미국과 협의하겠다”라는 내용이 전작권 전환문제 논쟁을 다시 불붙이고 있다.
전작권 문제 논의 및 합의 경과: 1950년 이승만 대통령의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에서부터 지금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의 변천 역사는 아래 [표 1]과 같다.

1994년 12월 1일 작전통제권을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으로 구분하고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 단독으로 행사할 것을 한미 간 합의를 보았다. 한국으로 이양된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의 합참의장이 행사키로 합의를 보았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당시 한·미공동으로 행사하고 있었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단독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을 하면서 한국의 ‘주권(主權)문제’와 결부시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였다. 2005년 10월 제3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논의를 적절히 가속화 하자’라고 합의를 함으로서 그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2006년 1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2006년도 초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었다. 그러나 2006년 7월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조기(2009년) 전환이 가능함을 천명하였으며, 동년 9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한다는 기본원칙에 합의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제38차 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의 새로운 동맹군사구조 로드맵 (Road-map)에 합의를 했다.
2007년 2월 23일 한·미국방장관은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이행실무단(CIWG: Combined Implementation Working Group)’이 구성되고, 동년 6월 28일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한국 합참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행을 위한 전략적 전환계획(STP: Strategic Transition Plan)」에 합의를 했다. 그리고 동년 10월 제39차 SCM에서 “전작권 전환계획”이 합의되면서 ‘전작권 전환 기본원칙 4가지’(비공개)가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된 후 본 전작권 전환 과제는 국정과제로 선정 운영되면서 실질적인 전환 작업을 위해 4가지 종류의 협의팀을 운영하였다. 2010년 6월 26일 한미정상회담(카나다)에서 북한위협증대에 따라 한미양국정상은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전환예정일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함에 합의하였다.
2013년 6월 1일 한국의 국방부는 2015년 12월 전작권환수 이후에 한국군 4성장군이 유사시 미군을 지휘하게 되는 현 한미연합사령부와 같은 규모의 ‘연합전구사령부’를 새로 구성 해 한국군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을 각각 맡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하였다.
2014년 10월 한미간에는 ‘조건기반 전작권 전환’을 합의하였다. 즉, 전작권 전환은 특정 시점이 아닌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와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 등 일정 조건이 충족할 때 전환한다는 합의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계속 가속화되고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됨에 따라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은 갈수록 북한대비 열세인 비대칭이 됨으로 인해 한미간에는 전작권 전환 이슈보다 더 화급한 것이 북한 핵에 대한 방어력 구축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따라서 한미 간에는 북한핵에 대한 확장억지력 구축(Extended Deterrence)이 더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2022년 남한에 윤석열 정부와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전작권 전환 문제보다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강화에 몰두하게 되었다.
전작권 환수가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 2025년 전반기 현시점에서 한국안보에 중차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전작권 전환문제가 정치화되어 논쟁을 함은 시기적으로도 적합하지 않고 ‘조건기반’이라는 차원에서 더욱 부적합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포지하고 있다.
첫째, 북한이 현재 실제적인 핵보유국이 되어있고 한국은 비핵국으로서 북한 핵 방어에 대해 한미연합방위체제에 절대적인 의존을 하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 앞에서 한국이 생존키 위해서는 핵을 보유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안보역량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북한의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여야 하며 한국군 사령관이 북핵 대응 미국 보유 핵 요청 및 사용 등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북한 핵에 대해 남한이 대응 핵을 보유하는 소위 ‘공포의 균형 (Balance of Terror)’ 역량을 보유하기 이전에는 사실상 전작권 전환이 있을 수 없다.
둘째, 북한-러시아는 새롭게 군사동맹을 체결하여 그 연합방위체제를 과시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는 북한을 지원키 위해 즉각 개입토록 되어 있다. 작년 6월 20일 북한과 러시아는 사실상 군사동맹인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땐 지체없이 군사원조를 한다”라고 명문화한 후 이를 공포했다.
만에 하나 향후 남북한간의 전쟁은 러시아-미국간의 전쟁으로 즉각 확전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한국군 사령관이 미국군을 지휘하는 군사작전이나 북한 인민군의 사령관이 러시아군을 지휘하는 전쟁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러시아 군사동맹이 있는 한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환수하는 문제는 물건너 간 이야기다.
셋째, 전작권 한국 환수는 북한의 숙원과제다. 북한과 친북좌파세력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주권국가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거론해 왔다. 본 거론이 노리는 그 궁극적인 목적은 “작전권 없는 주한미군은 결국 철수하게 된다”는 점이다. 안보역량을 발휘함에 있어 주권문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가정을 침입하는 강도를 제압함에 반드시 그 집 식구들이 주역이 되라는 법은 없다. 가까운 곳에 주둔하고 있는 경찰이나 이웃 등 누구든 협력하여 강도를 제압하면 된다. 전작권 환수 주장은 반미친북적인 주장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스러운 정서적인 반응 때문에 전작권 조기환수 주장이 적합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 관계는 아직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늑대와 춤을 추는 관계’가 될지 아니면 ‘늑대와 사냥꾼의 관계’가 될지 조금 더 두고 보아야만 한다.
정서적으로 기복이 심한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에 ‘늑대와 춤의 관계’를 선택하면 트럼프는 전작권 전환문제를 심각한 안보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상당히 감성적인 문제로 접근하면서 다룰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안보를 걱정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후 전작권 환수 문제를 거론해야만 한다.
다섯째, 안보를 감상주의적인 구호로서 다룰 수 없다.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냉정한 한국의 안보현실을 직시하는 차원이 아닌 감상주의적인 차원에서 외치는 주장들이다.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 내용은 “전작권이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미국 바짓가랭이에 매달려서 형님빽만 믿겠다” “미국이 군대를 뺀다고 하면 까무러치는 판인데 어떻게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나” “전작권이 전환되어야 북한 도발을 능동적·자율적으로 응징·보복할 수 있어 북한은 전작권을 가진 한국을 더 두려워 한다” 등의 주장 들이다.
각 주장들은 실전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라든가, 군대 특성, 작전개념 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간과하면서 선동적이고 감성적인 면들을 보유하고 있는 주장들이다. 예를 들면, 한국군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최신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미군 전투력을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전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전장에 투입되는 AI의 지휘본부는 미국 본토에 있으며 이러한 전장시스템을 한국군 사령관이 이해하고 지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경시하는 정치체제의 집권 가능성이 문제다. 평소에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중시하는 정치체제라면 한국 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연합방어력을 신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방어력의 한국전 개입을 싫어하는 정치체제가 전작권을 환수받았을 경우 그 순간부터 한미연합방어력은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국에게 쉐쉐 하면된다...”는 의식구조하에서는 한미동맹이 기반이 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정치체제하에서는 전작권을 환수한 한국군 사령관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지휘권을 행사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결론: 북한은 한국과 미군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현 한미연합방어체제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사령관이 직접적인 미군사력을 지휘하면서 그 책임도 공유하는 현 연합사 체제를 선호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시 미군사령관이 직접 지휘하는 현 한미연합방어체제하에서 미군이 즉각 참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군의 우수한 전투력과 정보력을 공유하면서 싸우는 현 체제 하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더 높다. 또한, 현 전작권 체제는 양국 정상이 전시(戰時) 상태가 시작되었음에 동의하여 ‘연합상황’을 합의·선포해야만 작동되는 것이어서 미국이 마음대로 하는 연합방어체제가 아니다.
전작권은 언젠가는 환수될 과제다. 그러나 현 시점은 아니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원하지 않는 시점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통고할 수도 있다. 한국군은 현 체제 하에서 독자적 전쟁 기획 및 수행 능력을 부단히 배양함으로써 한국군이 현 전작권 체제와 증원전력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받아서도 안 된다. 현 전작권 체제가 전쟁 억제, 전쟁 발발시 미군의 참전, 높은 승리 확률, 국방비 부담의 저렴 등을 고려하여 한국이 먼저 전작권 환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특히, 북한 정권이 입에 달고 다니는 ‘우리민족끼리,’ ‘외세 배격,’ ‘민족 자주’ 등의 구호들에 휘둘려 실제 전투력을 간과하는 전작권 전환은 있을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은 동맹와해를 겨냥한 북한의 숙원사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자존심도 중요하고 남북상생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생존은 그보다 앞선 문제이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지, 안보를 희생하면서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