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DA, 경제 효과 규모 200억 달러로 추산해
- 회의론도…"北은 경제보다는 군사에 더 관심"

 

러우전을 계기로 부쩍 늘어난 북러 양국간 교류가 과연 북한의 경제 및 군사 상황을 크게 개선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연합 
러우전을 계기로 부쩍 늘어난 북러 양국간 교류가 과연 북한의 경제 및 군사 상황을 크게 개선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연합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및 러우전 참전 사실을 뒤늦게서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북한군의 기여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이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했다.

전쟁도 결국 먹고 살자고 하는 활동이다. 특히 자신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남의 전쟁에 개입할 때는 전쟁 피해를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과연 이번 파병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일단 경제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2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화로 27조원 이상이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 40조원의 3분의 2나 된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도 33년 동안 해결 가능한 금액이다.

그 중 핵심은 역시 북한의 무기 및 병력 수출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량의 포와 탄약을 수출했다. 특히 탄약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400만 발, 높게 잡으면 800만 발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모전 양상으로 돌입한 지 오래된 러우전에서 러시아가 소비해 온 탄약의 최소 60%에 해당하는 양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사용한 탄약 대부분이 북한산이라는 얘기다. 러우전 종전 이후에도 러시아는 전쟁으로 소진된 장비를 보충하는 데 북한의 지원을 상당 부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군 1명당 2000달러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북한의 파병 연인원이 1만5000명이니까 단순 계산해도 월 3000만 달러가 북한군 임금으로 나간다. 북한 당국은 이 금액 중 대부분을 병사들에게 주지 않고 횡령하고 있다.

무기 및 병력 수출로 획득한 현금 외에도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유ㆍ무형의 자산을 획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식량과 에너지다. 러시아는 파병 대가로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의 생활과 산업을 유지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두 번째로는 첨단 군사기술 이전이다. 최근 진수된 최현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은 러우전 이후 부쩍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러시아 기술의 적용 흔적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세계 수위권의 러시아 군사 기술은 북한이 앞으로 오랫동안 군 현대화에 매진할 동력이 돼 줄 것이다.

세 번째로 외교 분야에서의 외부 효과다. 북한의 러우전 지원 이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안건마다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는 약해지고 있다.  

네 번째로 북러 양국간 경제교류 강화 효과다. 그동안 북한의 전통적인 교역국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러우전 이후 북러 양국간 무역은 크게 증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2023년 북러 교역 규모를 2022년의 9배에 달하는 344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2024년은 이보다 더욱 늘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석유, 식량, 비료 조달망을 러시아 중심으로 증편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각은 북중 무역이 제재와 통제로 불안정해진 반면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러시아와의 거래선이 더 확실하고 믿음직하다고 여기고 있다. 북한 내각은 대외경제성을 통해 나선시의 기존 무역 거점과 대표부를 러시아 내부로 이동해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자원 거래를 지난해보다 3배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러 산업인력 수출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1만50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파견됐다고 전해진다. 러시아는 청년들이 군대 또는 방위산업체에 들어가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 노동자들의 급여도 착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의문은 이러한 ‘러우전 특수’가 북한에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인가 여부다.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겠지만 북한의 경제와 국방의 ‘게임 체인저’ 노릇을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정승호 교수 역시 비관론을 제시한다. 그는 그 근거로 전쟁 이후 루블화 가치가 계속 절하돼 온 점, 러시아와의 교역량이 북한 무역 규모의 1% 내외로 미미한 점, 러시아에서 식량과 에너지가 수입된 이후에도 북한 국내 물가가 진정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북한의 열악한 물류 인프라, 상호 보완적이지 못한 북러 무역 구조, 북러와 함께 3자 블록을 구성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가 북러 교역과 협력 증진의 장애가 된다고 보았다.

그는 “북한은 북러 교류를 통해 경제적 이익보다는 군사력 강화를 더욱 추구하는 것 같다.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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